윤석열 "계엄을 여러 번 했다면, 더 완벽하게 했을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오후 10시쯤 선포한 이유에 대해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및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뉴스1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법 형사12-1부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이렇게 말했다.

계엄 선포 시간, 5·18과 비교하며 설명

윤 전 대통령은 오후 10시쯤 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학 시절 겪었던 5·18 당시 상황을 예로 들었다. 당시 신군부는 밤 12시에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을 선포했으며 대국민 담화조차 없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장관이 광화문 중앙청 기자실 칠판에 계엄 선포 내용을 적어 알렸을 뿐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반면, 자신은 국민들이 잠들기 전 방송으로 미리 알리고 국회도 대응할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어도 오후 10시에는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계엄을 더 이른 시간에 선포했다면, 퇴근 시간과 겹쳐 혼란이 커지고 전국 도심에서 시위가 일어나 이를 막을 병력과 경찰력이 훨씬 많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쁜 마음이었다면 서두를 이유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나쁜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고도 말했다.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정쯤 담화를 해도 됐고, 옛날처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 계엄 내용을 공고하는 방식으로 끝낼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 피해가 적고 혼란이 줄어들면서 질서 유지 병력을 최소화하고 국회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선포 시간을 정했으며, 헌법 절차를 지키면서 문제 발생을 막으려 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계엄을 여러 번 했었다면, 더 완벽하게 했을 것"이라며 "45년 만에 처음 선포하다 보니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 요건에 맞는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항소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 김건희 명품가방 사건도 재판에 넘겨져

윤 전 대통령은 또 다른 사건으로도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고가의 가방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청탁금지법에 따른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부터 9월 사이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과 179만 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40만 원 상당의 양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2024년 10월 가방 등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고, 윤 전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도 없다고 보고 한 차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김건희 특검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고 남은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가방을 건넨 최 목사의 법정 진술과 김 여사의 알선수재 사건 재판부가 올해 6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 부분 등을 다시 살핀 끝에 판단을 뒤집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특정인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실을 보고 관계를 끊었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해당 발언 대부분이 결혼 전 있었던 일이고,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겪은 일이라거나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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