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징역 18년 선고… 12·3 비상계엄 전직 군 수뇌부 5명 ‘전부 실형’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전직 군 수뇌부 5명이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현경)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57·예비역 중장)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진우(56·중장)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문상호(55·소장)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을 받았다. 박안수(58·대장) 전 육군참모총장은 징역 10년을 받았다. 곽종근(58·중장)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는 가장 낮은 징역 9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조를 편성·운영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직권을 남용해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서는 군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내란죄가 어떤 범죄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무겁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을 위해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여인형 징역 18년… 메모와 모임이 사전 모의 근거로 인정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국가세력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정치인 10여 명을 체포하려 한 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우원식 국회의장 등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안보수사요원 100명을 지원하고, 체포 대상자의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김 전 장관에게서 선관위 장악과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받고, 방첩사 병력을 선관위 등에 출동시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한 위증 혐의도 사실로 판단됐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자료 사진. / 뉴스1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이 남긴 메모를 근거로 삼았다. 메모에는 정치인 합동 체포조와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김 전 장관과 수차례 모임을 가지며, 계엄 선포 목적이 위법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불가능하게 하는 실행 방법을 미리 구체적으로 적어둔 이상, 두 사람과 모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진우·박안수·곽종근·문상호 유죄 판단

이 전 사령관은 계엄이 선포되자, 곧바로 수방사 대테러 부대를 국회에 투입해 봉쇄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직전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 이 전 사령관은 이 지시를 부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 전 사령관은 끌어내라고 한 대상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성명불상의 테러 세력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부대원 진술 등에 비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 뉴스1

박 전 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김 전 장관에게서 국회와 지방의회 및 정당의 활동을 비롯한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받아 직접 서명하고 발령했다. 경찰청장에게 국회 봉쇄를 지시하고 육군본부 참모 30여 명에게 합동참모본부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박 전 총장은 윗선에서 강요받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참모총장으로서 군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당시가 비상사태가 아님을 알면서도 윗선에 따로 건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을 국회로 출동시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병력이 국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출동 상황을 사후에 보고받았을 뿐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서 국회 봉쇄와 계엄 해제 의결 저지를 지시받았다. 그는 이에 따라 대테러 부대인 707 특수임무단 등 특전사 병력을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그리고 선관위 과천청사 등에 투입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는 데 가장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등과 모의해 부정선거를 구실로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수색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사 소속 대원을 선관위로 출동시켜 청사 내부에 진입한 뒤 서버실을 점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부정선거 수사단을 구성하려 한 혐의까지 더해졌다. 재판부는 사전에 가담한 정도를 보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검 구형은 최대 30년… 항소 여부는 판결문 검토 후 결정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 뉴스1

앞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지난 7월 24일 결심 공판에서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박 전 총장에게는 징역 25년을 요청했고, 곽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군에서도 이미 징계를 받았다. 여인형·이진우·문상호 전 사령관은 지난해 파면됐고 곽 전 사령관은 해임됐다. 박 전 총장은 당시 규정상 대장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해 지난해 10월에 전역했다.

내란 특검 측은 "형량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 수뇌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에는 경의를 표했다. 특검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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