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앞에 놓인 현안 ‘산더미’

이재명 대통령이 5박 7일간의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후 김혜경 여사와 함께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나와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영접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한 뒤 차량을 타고 공항을 떠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하고 멕시코를 국빈 방문했다. 미국에서는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소화했고 멕시코에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와 첨단산업 등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엔서 한반도 평화 구상 제시…트럼프와 핵잠·전작권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섰다. 취임 이후 두 번째 유엔총회 기조연설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이 참여하는 다자대화 구상도 제시했다.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기후변화, 에너지 공급망 문제를 주요 의제로 꺼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사태 등으로 불거진 에너지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역량과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협력하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유엔 자체도 국제환경 변화에 맞춰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놨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일정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지난 22일 뉴욕에서 약 30분간 만나 한미 안보 현안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 설명자료를 바탕으로 핵추진잠수함 건조 협력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조선업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싶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미 정상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가 직접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고 양 정상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 계속 소통하기로 했다.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7년 끈 투자보장 협상 타결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멕시코 기업인 간담회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미국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초청으로 멕시코를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 방문은 16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가진 뒤 셰인바움 대통령과 약 30분간 소인수 회담을 하고 이어 1시간가량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외교부 간 차관급 고위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경제·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도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무역과 투자뿐 아니라 인공지능, 우주, 교육, 문화유산, 개발협력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눈에 띄는 결과는 한·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 타결이다. 양국은 2002년 발효된 기존 협정을 변화한 투자 환경에 맞게 손질하기 위해 2019년부터 개정 협상을 벌여왔고 7년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 개정안은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와 손실 보상에 대한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투자 자금 이전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분쟁 해결 절차를 개선하고 과도한 조세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제 절차도 마련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와 금융, 교육, 문화, 관광, 개발, 세관 등 7개 분야에서 양해각서가 교환됐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전체로는 모두 16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으며 양국은 별도로 인공지능 협력 공동선언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포함한 기업인들이 참석했으며 양국 정부와 경제계 관계자 30여 명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양국 경제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정책인 '플랜 멕시코'에도 한국이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은 귀국길에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를 경유했다. 이곳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단과 즉석 차담회를 가진 뒤 서울행 전용기에 올라 5박 7일간의 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귀국하자 국내 현안 산적…중수청장·인사·사법부 갈등까지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영접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허리를 만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순방 기간 미뤄둔 현안 처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다음 달 2일 출범 예정인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는 추가 검증을 진행해왔다.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맞물린 이른바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 구성 문제도 남아 있다. 여권에서는 특수본 추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야권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내부 인선도 정리해야 한다. 순방 출국 전 사의를 밝힌 강훈식 비서실장의 사표 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사직한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후임 인선도 남아 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진의 이동과 맞물려 후속 인사를 어느 폭으로 진행할지가 관심사다.

장관 인선 문제도 있다. 지난 8월 30일 개각에서 지명된 6명 가운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후속 인사가 필요해졌다. 특히 법무부 장관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어 새 후보자를 찾아 지명하는 작업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 간 갈등도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순방 중인 사이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여야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사법부 인사 문제가 새로운 정치 현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도 있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진상 조사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는 조사 결과와 군 당국 대응 상황을 보고받고 후속 대응 방향을 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도 귀국 직후 현안으로 떠올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두 사람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 존재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귀국 직후 우크라이나 측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외교·안보 분야의 과제로 남아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전쟁 불개입 원칙을 유지하면서 해협의 항행 자유에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미 간 안보와 조선 분야 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과 중동 정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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