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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번지면서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질의 과정에서 충돌했다.
김태규 의원은 28일 국회 법사위에서 문체부 소관 법률안 심사 도중 최 장관에게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와 6·25 전쟁의 남침·북침 여부를 차례로 물었다. 최 장관은 “너무 비상식적인 질문”이라며 답변하지 않았고, “맥락이 있는 질문을 해달라”, “제 업무와 관련된 것을 물어보면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의원은 이후 육영수 여사를 피격한 인물이 문세광이 맞느냐고 물은 뒤 “시중에 ‘암살자(들)’이라는 영화가 나와 있느냐”고 질문했다. 최 장관은 자신에게 왜 해당 질문을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다시 답변을 피했다. 김 의원이 추가 질의 시간을 요청했지만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정치적인 질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법안 심사가 끝난 뒤 퇴장하는 최 장관을 향해 장관 자격을 묻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당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총탄에 맞은 육 여사가 숨졌다. 영화는 이 사건에 남아 있는 의문과 기록을 바탕으로 사건의 이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영화 속 설정을 놓고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을 어디까지 구분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는 당시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여러 가설을 다루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성향 인사와 단체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영화에서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28일 영화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고 상영 중단과 제작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재단은 영화에서 제기되는 사건 관련 의혹 가운데 일부가 당시 수사 및 재판 기록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와 총탄에 관한 기록을 근거로 영화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반박하고, 중앙정보부 등이 사건을 기획했다는 해석 역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재단의 주장은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실제 수사 기록과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영화 제작진은 작품을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영화로 제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암살자(들)’이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밝혔다.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했으며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화 안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작품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 역시 개봉 전 인터뷰에서 영화의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허 감독은 영화가 지금까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작품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며,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영화의 제목과 이야기 구조 자체도 사건을 둘러싼 의문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허 감독은 인터뷰에서 제목의 괄호 속 복수형인 ‘들’이 여러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영화에서는 형사와 기자들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 기록에 남은 의문점을 살펴보고 여러 가능성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치권에서도 영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SNS를 통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관련한 북한 측의 과거 입장을 언급하며 영화 제작과 표현의 자유를 비판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다른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소재로 한 가상 영화를 예로 들며 작품의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에는 작품을 비판할 자유 역시 포함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흥행 성적도 논란과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28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암살자(들)’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영화는 실존 인물과 기록을 그대로 재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는 점을 제작진이 명시하고 있다. 반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영화 속 일부 설정이 실제 수사 기록과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화의 창작 의도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 질의와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제작진은 작품을 창작물로 봐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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