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생방송 전화인터뷰 중 “이 대통령과 식사 중이다... 그만하자”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가 라디오 생방송을 멈춰 세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BS 라디오 생방송 전화 인터뷰 도중 이재명 대통령과 식사 중이라는 이유로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끝냈다. 제작진은 남은 방송 시간을 메우려고 다른 출연자를 급히 섭외해야 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유튜브 영상 캡처.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제작진이 "송 의원의 사전 고지 없는 일방적인 생방송 중단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29일 냈다.

제작진에 따르면 송 의원은 전날 방송 2부 전체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광고를 포함한 편성 시간은 30분이다. 실제 인터뷰 시간은 25분가량으로 잡혀 있었다. 송 의원 측은 담당 PD에게 다른 일정 중에 전화를 연결할 예정이라 이동하면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만 미리 알렸다고 한다. 인터뷰를 중간에 끝낼 수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 제작진 설명이다.

인터뷰는 8분가량 진행된 뒤 중단됐다. 제작진은 "남아 있는 방송 분량 10여분을 노래로 채울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1부 출연을 마치고 퇴근하던 김정철 개혁신당 전 최고위원을 급히 연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주 출범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우려에 관한 인터뷰로 빈 시간을 채웠다.

인터뷰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박재홍 앵커가 전화 연결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자 송 의원은 시장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대통령께서 저희 지역구를 방문해 주셔서 지금 옥련시장에 와 계신다"며 "시장이라 소리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인터뷰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최대한 진행해 보겠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첫 주제는 북미 대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북한 비핵화 문구가 빠진 데 대해 송 의원은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고 헌법에까지 핵 보유를 명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비핵화보다 핵 고도화를 멈추는 일이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송 의원은 "지금 핵이 약 50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게 100개, 150개로 늘어나면 얼마나 더 위험해지겠느냐"며 "지금이라도 핵을 동결시키는 것이 1단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인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목표이긴 하지만 이를 앞세우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북미 대화 시점과 관련해서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노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밝힌 대로 '페이스메이커'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5분여가 지나자 송 의원은 "인터뷰하기가 어려워서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박 앵커는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화제를 옮겼다. 송 의원은 북한이 목함지뢰를 일부러 매설했을 가능성과 과거 묻혀 있던 지뢰가 비에 떠내려왔을 가능성 등을 두고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뒤 현장 조사가 늦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튿날 열리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자세한 보고를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에 붙잡혔던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데 대해서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송 의원은 "우크라이나가 무리하게 자기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우리 정부가 물밑 협상을 통해 두 병사를 대한민국 영토로 데려온 것은 너무 잘한 일"이라며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공개에 합의했다면 "엄중히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8분 가까이 이어지자 송 의원은 마무리를 요청했다. 박 앵커가 국내 정치 현안으로 넘어가 추석 민심을 묻자 송 의원은 "오늘 제가 대통령을 모시고 지금 여기 시장에 와서 식사를 하는 중"이라며 "대통령님 옆에서 식사 중인데 인터뷰를 할 수가 없어서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수많은 시민이 와서 이재명을 연호하고 뜨거운 열기로 대통령을 환영하며 힘내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시장 거리 100m가량을 걷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고 했다.

박 앵커는 중수청 인선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에 대해 송 의원은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라는 일각의 비판에 송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의 위증교사 무혐의 사건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송 의원은 김 후보자가 윤석열 사단에 찍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사표를 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중수청 출범에 대한 추가 질문에 "순조롭게 국민들에게 혼란 없이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고 짧게 답한 뒤 "죄송하다"며 인터뷰를 끝내려 했다. 박 앵커는 "지금 생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렇게 하시면 저희도 곤란하다"며 제지했다.

송 의원은 "원래 10분으로 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 앵커가 이를 부인하며 10분만 더 하자고 요청했지만 송 의원은 "대통령을 모시고 식사 중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며 거절했다. 송 의원은 "대통령 일정이 저희 지역구로 올 줄 몰랐다"며 "인터뷰를 취소하려다가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그대로 끝났다. 박 앵커는 청취자들에게 방송 사고가 있었다며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점을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2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옥련시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이후 박찬대 인천시장과 송 의원, 정일영·이재강 민주당 의원 등과 1시간 30분가량 만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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