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은 패륜이자 이적행위…김일성이 직접 지령한 사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향해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한 패륜이자 이적행위라고 비판한 인물이 있다.

배우 유해진(왼쪽부터)과 박해일, 이민호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 뉴스1

유명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TV 대표는 영화가 사건의 배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중앙정보부를 의심하도록 그렸다고 보고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영화는 개봉 전후로 고발과 제작진 해명, 찬반 여론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정치·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

조갑제 "이 사건은 내가 제일 많이 안다"

조 대표는 지난 2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영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내가 현존 기자 중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라며 "그런 황당무계한 걸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라는 창작의 자유 속에 숨어 악의적으로 왜곡을 하고 있다"며 "이건 패륜이고 이적행위다"라고 단언했다. 영화 제작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확정된 사건의 성격을 뒤틀어 관객에게 다른 인상을 심는 방식을 겨냥한 발언이다.

피격 현장 음성 기록으로 본 총성 순서

조 대표는 당시 피격 현장의 음성 기록을 근거로 제시하며 사건 경과를 순서대로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첫발은 문세광이 자리에 앉아 권총을 빼려다 오발해 자기 허벅지에 맞았다. 이후 복도로 뛰어나오며 쏜 제2탄은 박 대통령 연단에 맞았고, 제3탄은 불발이었다. 제4탄이 육 여사를 맞혔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발사 순서를 총알 한 발 단위로 짚은 것은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식의 의혹이 파고들 여지를 없애기 위한 주장으로 읽힌다. 조 대표는 현장 기록에 담긴 총성의 순서와 횟수가 문세광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범행에 쓰인 권총의 출처도 근거로 들었다. 조 대표는 "범행에 쓰인 권총은 일본 오사카 파출소에서 훔친 것이고 일본 경찰도 확인한 사실이다"라며 "의문의 여지가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기의 입수 경로가 일본 경찰 확인까지 거쳤다는 점을 들어, 국내 기관이 개입했다는 의심에는 근거가 없다는 논리다.

조갑제 조갑제TV 대표. / 뉴스1

"김일성이 직접 지령한 사건"

사건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조 대표의 설명은 명확했다. 그는 "문세광은 조총련 공작원에게 걸려 만경봉호에 타고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다"며 "김일성이 직접 지령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신분이던 문세광이 조총련 조직을 거쳐 북한 공작원과 연결됐다는 내용이다.

조 대표는 음모론이 커지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도 짚었다. 그는 "사건의 진상을 애매하게 만들어 득을 보는 것은 김일성뿐이다"라고 했다. 진상이 흐려질수록 북한의 책임이 옅어진다는 계산이다. 영화를 이적행위로 규정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케네디 암살처럼 논리적 음모론이 있는 사건이 아니다"

영화 제작진이 내세우는 창작의 자유에 대해서도 조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케네디 암살 사건처럼 범인이 두 명이라는 주장 등 논리적 음모론이 있는 경우는 다룰 수 있지만 해당 사건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해석이 갈리는 사건과 수사로 확정된 사건은 다뤄야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취지다.

이어 "사실을 비틀어 왜곡하면 결국 역사적 진실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런 왜곡에 반발해 시민사회에서 영화 안 보기 운동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 '암살자(들)'은 어떤 작품인가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이른바 문세광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당시 정부 수사 결과는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었다.

논란은 영화의 설정에서 출발했다. 제목부터 복수형 '(들)'을 사용해 문세광 외에 또 다른 암살 주체가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형사를 중앙정보부가 방해하는 장면도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박정희 정권 자작극설이나 배후설에 힘을 싣는 구도라는 비판이다.

보수 진영 반발과 경찰 고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영화가 영화적 상상력의 범주를 넘어선 정치적 선전이며, 이미 확정된 역사적 사실과 수사 결과를 비트는 패륜적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 등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관객이 박 전 대통령을 범행 배후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이유다. 사자명예훼손은 형법상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죽은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적용된다. 수사가 진행되면 영화 속 장면이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허구의 연출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표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포스터. / 뉴스1

제작사와 감독의 입장

제작진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다양한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픽션이라고 밝혔다.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허진호 감독도 입장을 냈다. 허 감독은 박정희 대통령이 배후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작진의 주장대로라면 영화가 던진 것은 배후 지목이 아니라 극적 상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다만 비판 측은 관객이 영화를 본 뒤 받는 인상이 제작 의도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창작의 자유와 역사 왜곡, 갈라진 여론

문화계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팽팽하게 갈린다. 한쪽은 픽션 영화로서 허용될 수 있는 재해석이라고 본다. 반대쪽은 실존 인물과 대형 역사 사건을 다루면서 정치적 음모론을 유도하는 것은 불쾌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영화평론가들의 리뷰와 평점도 논쟁의 불씨가 돼 소셜 미디어와 대중 매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 대표가 예고한 영화 안 보기 운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면 흥행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논쟁 자체가 관심을 키워 관람 수요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 수사 여부와 결과, 제작진의 추가 해명이 향후 논쟁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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