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암살 범인 누구? 다시 관심 쏠리는 이유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경찰 고발과 국정감사 증인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1974년 육영수 여사 암살 범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 문세광 스틸컷. / 배급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는 당시 수사 당국의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스크린에 담았다. 이 설정을 두고 정치권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는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광복절 경축식장에 울린 총성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극장에서는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경축사를 읽던 도중 총성이 울렸다.

영화 '암살자(들)' 이민호 스틸컷. / 배급사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범인은 연설 중인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권총을 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무사했고, 그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았다. 육 여사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목숨을 잃은 사람은 육 여사만이 아니었다.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장봉화 양도 숨졌다. 장 양은 범인이 쏜 총탄이 아니라 현장 경호원이 범인을 향해 쏜 총탄에 잘못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축식은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국경일 행사였고, TV로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결국 총격 장면은 시청자들 눈앞에 그대로 전해졌고, 지금도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22세 재일교포 문세광의 행적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사람은 재일 한국인 2세 문세광이다. 그는 일본 오사카부에서 태어났고, 사건 당시 만 22세였다.

당시 수사 당국은 문세광이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아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 했다고 결론 내렸다. 문세광 역시 1974년 5월 북한의 대일 공작선인 만경봉호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저격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두고는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문세광은 공작원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고, 조총련과의 연결고리도 약한 재일교포 운동권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장거리 권총 사격 같은 특수공작훈련을 받지 않았고, 가벼운 고문에도 쉽게 입을 열 만큼 나약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문세광은 1974년 12월 20일 사형이 집행됐다. 사건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됐다.

고발과 국감 공방까지 번진 영화 논란

영화 '암살자(들)' 스크린 포스터. / 뉴스1

'암살자(들)'은 이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을 다룬 영화다.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 '덕혜옹주'를 만든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그리고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으로 나섰다.

본격적인 논란은 지난 28일부터 정치권으로 번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이 사건 배후에 있었던 것처럼 제작됐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어 주진우·나경원·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보지 않습니다', '예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불매 이미지도 퍼졌다.

지난 29일에는 고발장까지 접수됐다.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 제목을 단수형 '암살자'가 아닌 복수형 '암살자(들)'로 정해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고발장 작성 때문에 방금 암살자들 봤다. 악마 같은 영화더라"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도 입장을 냈다. 기념사업회는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허진호 감독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국정감사를 두고도 여야가 맞섰다. 국민의힘은 허 감독과 제작 관계자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영화감독을 국회로 불러 작품 내용을 따지는 일이 표현의 자유와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영화검열단위?"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지난 29일 문체위가 확정한 증인·참고인 명단에 허 감독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제작진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지난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작의 산물로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주진우 의원 등이 중국 자본과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자,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9일 다시 입장문을 냈다. 제작사는 "국내 제작진과 창작자들의 주도 아래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된 작품"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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