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서 한국 정부를 당황스럽게 할 만한 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에 조만간 합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투자 여부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대가를 치를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 투자 발표가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성급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그 자리에 있었고 대표단도 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켜보자. 그들이 하고 싶지 않다면 나로서는 괜찮다. 그들에게 더 청구하면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그들에게 곧 서명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전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이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가로 미국이 한국산 제품 관세를 낮춘 만큼 관세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약 54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 가스발전소 건설,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함께 한국의 약 2000억 달러 규모 에너지 투자 패키지의 하나라는 설명이었다. 이 투자는 지난해 체결된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당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등에 매기는 관세를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당시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가 자신의 관세 정책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노스슬로프의 가스전과 남부 LNG 수출 터미널을 잇는 약 1300km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백악관은 이 사업이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는 450억~55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국 정부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수치를 제시하거나 확정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합의된 내용을 크게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국이 알래스카 사업 추진 여부를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타당성이 확인되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차이가 있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낸 성명에서 양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알래스카 사업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성명에는 한국의 투자 금액이 적혀 있지 않았다. 한미가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도 텍사스 가스발전소 건설 사업만 1호 프로젝트로 확정됐다. 대형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사업은 추가 협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양측 설명이 엇갈리는 데 대한 질문에 "수요일의 공동 발표는 위대한 알래스카주와 미국, 대한민국에 역사적인 일"이라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설리번 의원은 민주당 소속 메리 펠톨라 전 하원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발표 자리에 설리번 의원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나에게 영향력이 있고 오랫동안 알래스카 문제로 나를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설리번 의원은 "대통령님, 이건 알래스카에 엄청난 일"이라며 이 사업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만 두 차례 상원 접전지에 이익이 돌아가는 대형 경제 프로젝트를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먼저 아이오와주 철강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이어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를 발표했다. 두 발표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발표가 성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한국이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와 관련한 일방적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의 무역 합의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한국이 노후 유전의 원유 회수를 늘리는 사업에 8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썼다. 한국 정부는 이 내용이 한미 투자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 측에 경위를 문의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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