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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 정부의 의료장비 지원 계획을 '주권침해'로 못 박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추진을 "변종된 정치적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담화에는 "한국 것들과는 영원히 마주 설 일이 없을 것"이라는 표현도 담겼다.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김 부장의 담화는 한국 정부가 의료장비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승인 사실을 밝힌 직후 나왔다. 김 부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승인을 받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부장이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한국 정부가 낸 요청서의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는 요청서에서 북한의 의약품과 의료장비가 부족하고, 보건 상황이 나빠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취약계층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장은 이 대목을 두고 "한국 정부가 말을 함부로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부장은 "이것은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며, 우리의 국법을 거스르는 엄중한 주권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참으로 부산스럽고 눈꼴이 사나운 거동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담화 후반부에서는 "너절한 물건짝들의 목록이나 만지작거리며 신성한 우리 국가와 인민을 모독한 한국의 죄과는 철저히, 깨끗이, 후회없이 계산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김 부장은 이번 지원 계획을 최근 발생한 지뢰폭발 사건과 엮었다. 그는 지뢰폭발 사건을 한국이 꾸민 '자작광대극'이라고 부르며, 의료장비 지원 계획은 그 뒤를 잇는 또 다른 광대극이라고 규정했다.
김 부장은 "조선반도정세를 중태에 빠뜨리는 자작광대극으로 세상을 소란케 한 불량배들이 이번에는 갑자기 '선의'를 주제로 한 또 다른 광대극을 연출해 사람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두 사안이 나란히 벌어지는 상황을 두고 "혼자 보기 아까운 볼거리"라고 비꼬았다.
한국 내부의 논쟁도 끌어왔다. 김 부장은 "지금 한국 내부에서는 이번 '지뢰폭발사건'을 놓고 많은 의문점들이 해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냐 도발이냐'하는 개싸움질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관리 정동영이도 이번 '지뢰폭발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은 지원 계획이 나온 시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어설프게 조작한 자작극이 예상의 흥행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한국 것들이 급기야 들고나온 것이 바로 '의료장비지원계획'이라는 광대극의 제2부"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지뢰폭발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와 외교·군사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한편으로 인도적 지원을 꺼낸 점도 비판했다. 김 부장은 "한국 정부가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지원 계획을 갑자기 드러내며 신뢰 조성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들의 '선의적인 태도'와 이를 거부하는 우리의 '상반되는 태도'를 비교시켜 그 무엇이라도 얻어보려는 음흉한 정치적 타산이 깔려있다"고 했다.
담화에는 남북관계를 언급한 대목도 있었다. 김 부장은 "실지로 조한사이의 관계를 되돌려 세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하나하나의 언동에 상대의 감정을 의식하고 최대한의 존중과 배려, 진심부터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담화의 나머지 내용은 관계 개선과 거리가 멀었다. 김 부장은 "한국과는 무엇을 주고받거나 엮일 일이 일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마주 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북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김 부장은 "가장 너절하고 저렬한 추물들이 악의로 나오든, '선의'로 나오든 무엇을 시도하는 그 자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도전이다. 중대한 도발로, 주권침해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당국은 또 한 번 크게 잘못 계산된 짓을 하였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되돌려 세울 수 없는 역사는 이미 오래전에 경과되였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담화의 마지막 문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인 한국의 정체성과 조한관계의 적대적 성격은 결코 변할 수 없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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