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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정감사 발언을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책임을 부인하는 근거로 내세워 파문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 사안을 두고 대북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선전에 활용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김 부장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관리 정동영이도 이번 '지뢰폭발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지뢰 사고를 둘러싼 국내 논쟁을 두고 "'사고냐 도발이냐'는 개 싸움질만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김 부장이 '고백'이라고 표현한 정 장관 발언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정 장관은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국감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의 공격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북한이 심어 놓은 지뢰에 대한민국 국민을 살상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느냐"며 "지뢰라는 물건 자체가 고의를 상징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정 장관은 지뢰가 적을 살상하려고 설치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 의도가 있었는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고가 북한군의 도발인지 묻자 정 장관은 "그 의도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발표가 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지뢰 폭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것은 지금 검증하고 있다"며 "유엔사도 그 의도에 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MDL) 남쪽 10m로 우리 측 관할구역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동의했다.
정 장관은 국감에서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남북 간 적대관계를 꼽았다. 정 장관은 "적대와 증오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이것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좋은 정치란 증오와 적대를 부추기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과 적대를 어떻게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느냐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의 심기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군의 판단은 이미 나와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북한군이 MDL 남쪽에 묻은 지뢰에 다쳤다고 밝혔다. 권대원 합참 차장은 북한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빌미로 MDL 이남에 설치한 수지반보병지뢰"에 의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당시 작전에 투입된 장병 18명 가운데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은 아직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추진도 맹비난했다. 통일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해 평양 강동군병원에 약 93억원 규모, 166종의 의료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
김 부장은 이를 두고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변종된 정치적 도발이며 우리의 국법을 거스르는 엄중한 주권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어설프게 조작한 자작극이 예상의 흥행수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한국 것들이 급기야 들고나온 것이 바로 '의료장비지원계획'이라는 광대극의 제2부"라며 지원 계획을 지뢰 사고와 엮어 깎아내렸다. 김 부장은 "정치적 미숙성이거나 혹은 진짜 개조 불능한 천성적인 바보들이 아닌가"라고 조롱했다. 김 부장은 "한국과는 그 무엇을 주고받거나 엮일 일이 일체 없으며 마주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절대불변한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통일부는 북한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당초 계획한 11월 의료장비 반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제재 면제 유효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통일부는 사업이 집행되지 않으면 유엔과 협의해 면제 연장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담화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상당수 네티즌은 군의 조사 결과와 엇갈리는 정 장관의 발언이 북한의 책임 회피에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국방부와 통일부가 상반된 주장을 펴는 한심한 정부"라며 "그럼 우리 부대에서 지뢰를 설치하고 과실을 했다는 것인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북한 지뢰라고 하는데"라고 지적했다. "그럼 우리가 심고 우리가 밟아서 터뜨렸냐", "통일부는 정신 차리라" 등의 반응도 나왔다.
의료장비 지원을 계속 추진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북한이 싫다고 난리인데 왜 주겠다고 사정을 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감싸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맞대응을 안 한다고 난리인데 우리도 넘어가서 지뢰를 묻어놓으라는 것인지 전쟁을 시작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럴 때일수록 유연하게 대처하고 단결해야 한다. 분열돼 갈라지면 북한의 작전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상종하기 힘든 북한이지만 전쟁을 피하자니 어쩔 수 없다"며 "대화부터 하자"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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