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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진과 혜산 등 도시의 젊은 층 사이에서 화장한 티가 거의 나지 않는 '한국식 자연 화장'이 유행하고 있다고 대북 매체 데일리NK가 최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부 문화 유입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는데도 한국식 화장법이 퍼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즘 청진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젊은이들이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화장한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진한 화장을 두고 '농촌 사람 같다'거나 '세련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화장법은 중국을 자주 오가는 화교 상인들을 통해 처음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식당에서 일하다 귀국한 북한 노동자들도 유입 통로가 됐다. 북한에 사는 화교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어 일반 북한 주민보다 훨씬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화장법 이야기를 북한에 전했다. 공들인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것이 이 화장법의 핵심이다. 소문이 퍼지면서 옅은 한국식 화장은 북한 도시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청진의 일부 20대 여성들은 중국식 화장과 한국식 화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화장만 한 번 봐도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이들 사이에서 흔히 오간다.
소식통은 "젊은이들은 한국이 중국보다 더 발전하고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해 한국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라면서 "한국 사람들은 화장을 자연스럽게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이를 따라 하는 젊은이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유행은 북한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고급중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번졌다. 과거 북한 여성 대부분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야 화장을 시작했다.

소식통은 "이제는 직장에 다니는 어른들처럼 화장한 2~3학년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나이 때는 외모에 관심이 많아 특히 옅은 한국식 화장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접경 도시 혜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양강도 소식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분을 두껍게 바르고 눈 화장을 진하게 한 학생이 많았다"고 데일리NK에 말했다. 그는 "부드러운 한국식 화장이 유행하면서 훨씬 보기 좋아졌다"고 했다.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피부가 까무잡잡한 고급중학교 학생과 젊은 직장 여성들은 피부를 밝게 보이게 하는 데 특히 신경을 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숑' 같은 제품을 쓴다. 입술 색도 진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해 전체적으로 화장이 눈에 띄게 옅어졌다.
다만 농촌은 사정이 다르다. 도시의 유행이 아직 농촌까지 닿지 않아 상당수 농촌 여성은 여전히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얼굴에 분을 두껍게 바른다. 소식통은 "유행이 농촌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은 보통 도시에서 유행이 시들해질 때쯤에야 그 유행을 따라간다"고 했다.
북한에서 한국식 미용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보도는 이전에도 나왔다. 데일리NK는 지난해 4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북한 중산층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당시 "여성들이 땔감이나 식량 같은 생필품을 줄여 가며 이 제품들을 사려고 돈을 모은다"고 전했다. 기초 스킨·로션 세트 가격은 북한 돈 7만~10만 원으로 쌀 10㎏ 값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설화수 제품은 하나라도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여성'으로 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선망의 대상이었다.
데일리NK는 지난 3월에도 한국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어트와 보톡스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진시 소식통은 "예전에는 통통한 것이 건강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날씬해야 예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보톡스 한 대 가격은 북한 돈 1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식 화장법 확산은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앞세워 외부 문화를 강하게 단속하는 가운데 나타났다. 북한은 외부 영상물과 문화, 특히 한국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2020년 12월 이 법을 만들었다. 2021년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2023년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잇따라 제정했다.
통일부가 2024년 6월 펴낸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시행 이후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만 해도 교화소에 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황해남도에서 22세 농장원이 한국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고 7명에게 퍼뜨렸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됐다는 탈북민 증언도 보고서에 실렸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아빠', '쌤' 같은 한국식 표현과 말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한국식 말투와 머리 모양, 옷차림을 따라 한 젊은이들을 거듭 처벌해 왔다. 데일리NK는 2024년 2월 평안북도 신의주의 대학들이 단속반을 꾸려 학생들의 옷차림과 말투를 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속반은 '자본주의식' 옷을 입은 사람의 옷을 자르고 사상투쟁 모임에 세워 망신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적발된 학생 부모의 직장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당시 평안북도 소식통은 "한국 문화가 청년들 사이에 너무 깊이 뿌리내려 단속과 통제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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