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3억3500만원…'이 대통령 중앙대 동문'이 이번에 뽑힌 자리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사옥 전경.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학과 동문인 고진성 씨가 최근 "전문성이 없다"는 내부 반대에도 연봉 3억원이 넘는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상임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 씨의 자본시장 관련 경력은 딱히 알려진 바 없다. 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의 요직 진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인사 역시 전문성과 직무 적합성보다 정치적 배경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16일 한국일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예탁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예탁원이 지난 7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고 씨를 신임 상임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의결했다고 보도했다.

개별 주식회사가 발행한 실물 주식을 보관하는 예탁원은 2022년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지만 금융감독위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상임이사 연봉은 지난해 기준 3억3500만원이다.

임시주총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우리사주조합은 "자본시장 전문성 부족이 우려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예탁원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 등 나머지 주주들이 찬성해 안건은 통과됐다. 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 결의로 확정되며, 별도의 임명권자나 임명 절차는 없다.

면접 심사 자료 파기…임추위 명단은 비공개

채용 과정의 투명성 논란도 제기된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고 씨를 포함해 5명이 지난 6월 9~16일 임원 모집 공고에 지원했는데, 이들의 서류·면접 심사 결과는 임추위 의결 직후 파기됐다. 고 씨가 지원자 중 어느 수준의 평가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고 씨가 낸 이력서·자기소개서·직무수행계획서도 선임 직후 파기됐다고 한다. 예탁원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추위 명단 공개도 거부했다.

면접 평가 기준이 면접관의 주관에 좌우될 수 있는 정성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탁원의 상임이사 선임기준 평가표에서 전문성을 가늠하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 항목 비중은 100점 만점에 20점에 그쳤다.

나머지 80점은 △대외업무 추진능력 △조직 효율경영 능력 △리더십 및 통솔력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소양 항목에 배정됐다.

고 씨는 이 대통령의 중앙대 법학과 동문으로, 이 대통령의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지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원 측은 자기소개서 등 지원자 관련 자료는 채용절차법에 따라 파기했고, 서류·면접 평가 자료도 임추위 위원들의 합의를 거쳐 파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총 당시 고 씨의 선임에 반대한 우리사주조합에 대해서는 "주주 지분이 적어 의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대통령 법대 동문이라는 이력 말고는 자본시장 전문성을 입증할 근거가 없는 인사가 연봉 3억원이 넘는 자리에 앉았고, 직원들까지 공개적으로 반대했는데도 밀어붙였다"며 "면접 점수, 이력서, 심사위원 명단까지 모두 사라졌다. 누가 심사했고 몇 점을 받아 뽑혔는지 국정감사에서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보은·코드·낙하산' 인사 논란

이재명 정부 인사 논란은 이 대통령 변호인단 중용과 '성남·경기 라인' 공공기관장 투하라는 두 축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임광현 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스1
약진하는 변호인단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변호한 법조인 최소 10명이 정부와 공공기관에 진출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위례·대장동·백현동 사건 등을 변호했다. 청와대에서는 이태형 공직기강비서관, 전치영 민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이 대통령 사건 변호인 출신이다. 나승철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차지훈 주유엔대사도 같은 이력이다.

김희수 변호사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호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기용됐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했다.

이 밖에도 임광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 이승엽 변호사의 매형이다. 임 실장의 부인 이경은 씨는 휴스턴 총영사에 임명됐다

'성남·경기 라인' 공공기관장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이 전문성이 부족한데도 제대로 된 심사를 받지 않고 졸속으로 임명됐다는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경기·성남 라인의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안위는 지난 5월 15일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김성진 이사장 선임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하자 별도의 자격 심사나 회의 없이 닷새 만인 5월 20일 이를 승인했다.

변호사인 김 이사장은 원자력·안전 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내 분신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수석부원장 등 ‘성남·경기 라인’과 가까운 관계다. 재단 이사장은 연봉과 성과급 등으로 약 2억3500만원을 받는다.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인 성남 라인과 가까운 장건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이 필수 서류를 누락하고도 이사장에 임명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실이 건설근로자공제회에 장 이사장 선임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공제회는 필수 서류인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고 제출했다. 이 의원실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일부 경력 확인서는 접수 마감일보다 이틀 늦게 발급된 것으로 나타나, 서류 과정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일용·임시직 건설 근로자의 노후 자금을 모아 운용하고, 퇴직할 때 공제금을 지급하는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이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기준 성과상여금을 포함해 2억1000만원에 달한다.

장 이사장은 2004년 이 대통령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현지 실장은 이때부터 3년간 사무국장을 지냈다.

최근엔 김현지 실장의 결혼식 주례를 봐준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서류·면접 심사 당시 최하위권 점수를 받고도 연봉 2억4300만원에 달하는 사장 자리에 임명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 사장도 대통령과 시민단체 활동을 함께했다.

비슷한 시기 연봉 1억8200만원 수준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에 임명된 남광우 원장도 서류와 면접에서 1등을 한 지원자를 제치고 낙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 원장도 1990년대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이 활동한 성남시민모임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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