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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을 '재정 빨대'에 빗댔다가 거센 반발을 산 추미애 경기지사가 9년 전에는 소방 인력 확충을 강하게 주장했던 사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추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17년 12월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추 대표는 "시급히 전문 소방인력을 확충하고 그 소방인력들이 꾸준히 기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 장비 보강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같은 해 12월 21일 발생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추 대표는 당시 화재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던 소방인력이 4명뿐이었다는 설명을 듣고 지방 소방인력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당시 발언은 9년이 지나 도마에 올랐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예산 문제는 국비 지원 확대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이어 경기도 소방 인건비만 2027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내년 소방 사업비도 약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도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소방 재정 대부분을 떠안는 구조를 지적하려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방조직 자체를 재정 부담의 원인처럼 표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 발언을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소방통합공무원노조는 15일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경기도가 이미 소방 예산을 줄였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기도는 지난 8월 도의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노후 소방차 교체 예산 26억5000만원, 전문구급장비 보강 예산 4억원, 구조장비 보강 예산 3억원,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비 1억원 등 소방 예산 34억5000만원을 감액했다. 9년 전 추 대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던 소방 장비 관련 예산이 감액 대상에 오른 셈이다.
경기도는 재정 위기 속에서 민생 필수 예산을 확보하려고 불필요한 행사성 예산을 줄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직 소방관 추모 행사의 경우 기존 계획대로라면 1억원을 들여 소방차 30대로 카퍼레이드를 하고 외주 용역에만 7000만원이 든다는 설명이다. 이 행사는 순직 소방공무원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로 지난해 처음 열렸다. 경기도는 당시 행사를 매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 발언 사흘 뒤인 16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불이 났다. 진화 작업을 벌이던 김진석 소방위(44)가 중태에 빠져 17일 새벽 숨졌다. 김 소방위는 퇴근을 20여분 앞두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섯 살 딸이 있다. 이 화재로 소방관 5명이 다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정부는 고인을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추 지사는 16일 화재 현장을 찾았지만 '빨대'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얘기 하지 마라"라고 답했다.
추 지사가 침묵하는 사이 민주당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서면브리핑에서 "상처받은 소방공무원과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앞으로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발언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17일 경기 부천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소방위의 빈소를 조문한 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 문제를 설명하다가 나온 말실수"라며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호소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런 표현이 나왔던 것이고,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추 지사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장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지사는 소방차량 구입 예산 26억5000만원을 깎았는데 이는 소방차량 25대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라며 "그래 놓고 자기는 멀쩡한 차를 놔두고 새 차를 구입했는데 그 돈으로 소방차량 한 대라도 더 바꿔주는 게 국민 혈세를 올바로 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순직 소방관 추모사업비가 겨우 1억원인데 그것까지 전액 삭감했다. 본인 관사로 입주한 48평 아파트 전세금만 12억원이다. 추 지사는 도민 안전 챙기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중앙 정치 간섭하느라 '여의도 지사' 소리를 듣고 있다“라면서 추 지사에게 사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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