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에 대해 국정원이 비공개로 국회의원들에게 전한 입장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국내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번진 김 위원장 사망설이 허위라는 취지로 비공개 보고를 했다. 사망설과 함께 제기된 건강 이상설도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놨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정보위 현안 보고에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정원은 당시 “140㎏대 초고도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나 구축함 시찰 시에 계단을 뛰어오르는 등 동작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전담 의료진이 밀착 관리하는 등 건강 이상 징후가 별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전날 보고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최근 전방 시찰도 다뤄졌다. 의원들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 국정원은 김 부장의 시찰을 두고 김 부장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MDL 상황에 대한 국정원의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정원은 오는 29일 정보위 국정감사를 받는다. 국감에서는 북한 동향을 비롯한 안보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김 부장은 사망설이 퍼지던 와중에 북한 대외 메시지의 전면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박정천 국방성 고문이 김 부장, 리일환 노동당 비서,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당 내부 살림을 맡는 총무부장인 김 부장이 MDL 인근 전방까지 내려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부장은 19일부터 22일까지 세 차례 담화를 내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와 새로운 대응수단 배치를 경고했다. 김 부장은 그때마다 김 위원장에게서 위임을 받았다거나 국가수반의 지시라는 점을 내세웠다. 김 부장은 22일 새벽 담화에서도 "위임에 따라 언명한다"며 "전 국경선에서 우리의 새로운 대응수단들은 임무대기태세에 들어갈 것이며 대한국 확성기들도 수일 안으로 대기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사망설은 미국에 사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18~19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셰완쥔은 김 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주장했다. 셰완쥔은 김 위원장의 시신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옮겨졌다고도 주장했다. 이 주장은 영국과 미국 매체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김 부장이 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도 함께 돌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곧바로 김 위원장의 활동 사진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0일 김 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둘러봤다며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한 사진을 공개했다. 주애가 들어 보인 분홍색 아동용 운동화를 김 위원장이 살펴보는 장면도 담겼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는 11일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 이후 8일 만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지도자 사망설이 돌아도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가곤 했다. 이번처럼 사진을 내놓으며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셰완쥔은 사진이 공개되자 과거에 찍혔거나 연출된 사진이라며 대역을 내세운 것이라는 주장을 새로 내놨다.

북한 매체는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답전도 공개했다. 시 주석은 중국 국경절 77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보낸 축전에 대해 20일 답전을 보냈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중조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으며 세대를 이어 친선적이고 운명을 함께하면서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것은 시종 중조관계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이 100번째 생일을 맞은 강원도 원산시의 고춘섬 할머니에게 생일상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과거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발표한 전례도 다시 주목받았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7월 8일 오전 2시 숨졌다. 북한은 약 34시간이 지난 이튿날 낮 12시 특별방송으로 사망 사실을 알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30분 특별열차 안에서 숨졌다고 북한은 발표했다. 발표는 약 51시간30분이 지난 19일 낮 12시 특별방송을 통해 나왔다. 북한 매체들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정오에 중대 보도가 있다고 예고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22일 YTN '뉴스퀘어 2PM'에 출연해 사망설이 제기된 뒤 이미 과거 북한의 사망 발표 시점을 넘겼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게 비밀로 되겠느냐"며 "얼마나 많은 경호 인력과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그걸 우리가 모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만일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면 김 부장이 전선에 나타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 된다"고 했다.

사망설이 퍼지는 동안 이상징후로 볼 만한 일들도 잇따랐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인 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은 22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들은 첩보라며 베이징 주재 북한 공무원들에게 정위치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고 밝혔다. 고 전 원장은 "당 창건 기념일이라든가 김 위원장 생일이라든가 이럴 때만 내려오는 지시"라며 "왜 갑자기 저런 지시가 내려왔을까"라고 말했다. 고 전 원장은 "사망설까지는 믿지 않는다"면서도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는 있다고 했다. 20일 오전 11시쯤부터는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홈페이지 등 ‘.kp’ 도메인을 쓰는 사이트 42곳이 약 32시간 동안 접속 장애를 겪었다.

사망설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페코는 전날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김 위원장 사망설은 2020년 4월에도 돌았다. 김 위원장은 그해 할아버지인 김 주석의 생일 태양절 행사에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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