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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과 12·3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처신 등을 국회에서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관련 안건은 다음 달 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민주당은 2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들이 모아졌고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구체적인 일정을 묻는 말에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국정조사 실시와 관련된 안건은 다음 달 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정조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사법부 수장을 둘러싼 정치 개입 논란과 권한 남용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 책무를 다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관 후보 제청이 늦어진 이유와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경위도 밝혀야 한다는 게 한 원내대표 주장이다.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대법관 인선을 놓고 두 달째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반년 넘게 비어 있다. 청와대는 8월 28일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다. 대신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바로 다음 날이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 해야 하는데 요청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청와대는 곧바로 깊은 유감을 표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며 위헌적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갈등은 국정감사장으로까지 번졌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했지만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일반증인 출석 요구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기관장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고 자리를 뜨려 했으나 이석이 허용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제청권을 담당하는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써 모든 헌법상의 권한·임무와 동시에 의무가 다 끝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선서를 거부해 위증 책임을 피하면서 국감장을 자기변호의 장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애초 조 대법원장의 정치 개입 논란과 권한 남용 의혹을 이유로 탄핵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중도층 역풍 등을 우려해 대안으로 국정조사를 검토해왔다. 당내 강경파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일각에서는 즉각 탄핵 소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민주당은 탄핵에 앞서 국정조사부터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국정조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작할 수 있다. 국회는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에 조사를 맡긴다. 조사를 맡은 위원회는 조사 목적과 범위, 기간 등을 담은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정조사 결정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의 항소심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23일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1심의 벌금 1000만원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가 명태균씨 진술뿐인데 명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의혹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앞서 지난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2년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상 여론조사 제공이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하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상고했다. 오 시장 사건에도 상고할 방침이다.
김 여사의 석방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민주당을 움직였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은 31일 끝난다. 대법원 2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김 여사의 추가 구속영장 심문을 진행했다.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이 비공개로 심문했다.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화상으로 심문에 참여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통일교 금품수수 등 이른바 3대 의혹 사건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매관매직 혐의 사건 2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전 원내대변인은 "김 여사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강력한 결의가 있었다"며 "의원들도 전부 비상대기에 들어가 자정까지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범여권의 조 대법원장 압박에 줄곧 반발해 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범여권의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을 두고 "도를 넘은 사법부 겁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법원장과 재판부를 협박하는 게 공당의 올바른 자세인지도 되물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 시장의 무죄가 조 대법원장의 죄라도 된다는 말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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