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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도 드라마도 아니었다. 일본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산 학습만화였다.
한국 교육출판 전문기업 미래엔의 아동출판 브랜드 미래엔 아이세움이 2001년 펴낸 '살아남기' 시리즈가 만화 강국 일본에서 전례 없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사히신문출판이 ‘과학만화 서바이벌’ 시리즈로 2008년부터 번역 출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소문으로 조용히 퍼지던 이 시리즈는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3500만 부를 돌파하며 '체인소맨'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단행본 한 권 가격이 일본 내 일반 만화책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이룬 성과다.
인기는 수치를 넘어 일상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와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렵고, 소아과·치과 등 어린이가 많이 찾는 병원 대기실 열 곳 중 아홉 곳에 비치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막, 심해, 이상기후 등 극한 환경 속에서 주인공이 과학 지식과 기지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본 출판 시장에서 학습만화는 역사물 중심이었고,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살아남기' 시리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 스토리에 과학 상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사히신문출판 측은 일본에서 접하기 어려운 생생한 일러스트와 과학을 주제로 한 스토리 만화라는 장르의 신선함을 히트 비결로 꼽았다.
인기는 책 밖으로도 번졌다.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2020년과 2021년 잇달아 극장판을 제작해 일본에서 개봉했다. 두 편은 2022년 한국에 역수입돼 더빙판으로 상영됐다. 2024년 10월부터는 NHK 교육방송에서 '과학×모험 서바이벌!'이라는 제목으로 TV 애니메이션이 정규 편성됐으며, 2025년 10월부터 시즌 2가 방영 중이다. 한국 원작 학습만화가 일본 공영방송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정규 편성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놓지마 정신줄' 캐릭터를 활용한 '놓지마 과학' 시리즈도 일본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아마존재팬 종합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서점에서 별도 부스를 마련해 홍보하는 곳도 늘고 있다.
2025년 4월 아사히신문출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아남기' 시리즈의 일본 내 누적 발행 부수는 1500만 부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 조사에서는 현역 도쿄대생 2명 중 1명이 어릴 때 이 시리즈를 읽었다고 답했고,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의 약 80%가 "자녀·학생에게 계속 읽히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소학생이 선택하는 어린이 책 총선거' 시리즈 부문에서는 2020년, 2022년, 2024년 세 차례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만화 팬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과 동남아에서 수천만 부가 팔리며 막대한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한국 만화 산업 통계나 한류 콘텐츠 논의에서 학습만화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한류의 얼굴로 조명받는 동안, 일본 아이들의 책장을 채운 한국 학습만화는 그 성과에 비해 조용히 지나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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