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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킹키부츠'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꾸준히 선택받고 있는 대표작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화려한 의상, 역동적인 퍼포먼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아 오랜 시간 뮤덕(뮤지컬 덕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창호가 등장인물 '롤라'를 패러디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평소 뮤지컬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도 '킹키부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 인기가 더 높아졌다.
'킹키부츠'는 2005년 개봉한 동명의 영국 영화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 찰리 프라이스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신발 공장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극 초반부 찰리는 아버지의 신발 공장 물려받기를 거부하며 여자친구와 함께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지만 얼마 안 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결국 찰리는 남은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공장으로 돌아간다. 설상가상 남성 전용 구두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면서 공장은 존폐 위기에 놓인다.
공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던 찰리는 우연히 롤라라는 인물과 마주한다. 롤라는 '드랙퀸(드래그 퀸)'이다. 드랙퀸은 남성이 일반적인 남성의 겉모습 대신 여성들이 주로 하는 화려한 화장과 의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들이다.

롤라는 복싱 선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프로급 복싱 선수로 자란다. 그의 내면에는 또 다른 자아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억눌러야 했다. 끝내 롤라는 땀에 젖은 복싱 글러브가 아닌 여성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드레스와 구두를 택한다.
이런 롤라와 마주한 찰리는 그가 신고 있던 신발에 주목한다. 드랙퀸들이 즐겨 신는 하이힐은 당시 여성용으로만 제작돼 남성의 평균 몸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여기서 찰리는 틈새시장을 발견한다. 남성의 무게도 견딜 수 있는 하이힐을 제작해 밀라노 패션쇼에 서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롤라는 디자이너로 찰리의 공장에 합류해 함께 여정을 떠난다.
'킹키부츠'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넘버는 역시 롤라와 엔젤들의 첫 등장이다. 분장에 가까운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입은 남성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을 받는 이 장면은 뮤지컬 '킹키부츠'의 정체성이자 주제 의식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틀에 박힌 사회적 통념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선 롤라와 엔젤들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다양성과 이해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여기에 롤라 역을 연기한 뮤지컬 배우 강홍석, 백형훈, 서경수의 유쾌하면서도 실감 나는 연기가 더해져 캐릭터의 매력이 한층 더 살아난다.
롤라가 찰리의 공장에 합류한 이후 직원 돈은 그를 수시로 조롱한다. "남자는 나처럼 야성미가 있어야지"와 같은 대사는 돈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를 그대로 보여준다.

결국 롤라와 돈은 복싱 경기를 통해 대립하게 되는데, 전직 복싱 선수 출신이던 롤라가 일부러 져주면서 돈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돈이 자신의 승리에 심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은 롤라가 자신을 봐줬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롤라를 찾아가 화해를 요청한다. 그렇게 돈은 롤라를 한걸음 더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 커튼콜 장면에서 모든 출연진이 롤라와 같은 부츠를 신고 나오는데, 이때 돈 역시 롤라의 부츠를 신고 나옴으로써 그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롤라를 자신의 공장으로 불러들인 찰리는 공장 직원 누구보다도 그를 이해하는 듯했다. 롤라와 찰리가 아버지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두 사람의 우정 역시 견고해진 듯 보였다. 그러나 밀라노 패션쇼가 코앞으로 다가와 예민해진 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 뒀던 말을 내뱉고 만다.

"롤라, 너를 봐. 너와 내가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누굴 보고 정상이라고 할까?"
결국 찰리 역시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나누고 롤라를 비정상의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 이에 상처받은 롤라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마저 찰리에게 등을 돌려 버린다. 홀로 공장에 남겨진 찰리는 독백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다.
이런 찰리 옆에 그를 짝사랑하던 로렌이 등장한다. 로렌은 아무도 남지 않아 불이 꺼져 있던 공장에 다시 조명이 들어오고, 열심히 일하는 공장 직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로부터 상처되는 말을 듣고 떠났던 직원들을 돌아오게 한 건 다름 아닌 돈이었다.

돈은 롤라에게서 배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통해 찰리를 이해했고 찰리 또한 이런 돈을 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된다.
'킹키부츠'는 '신발 공장 되살리기'라는 가벼운 주제로 시작해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어쩌면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성과 존중, 이해라는 단어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화려한 퍼포먼스, 적절한 유머 코드가 더해져 한층 더 풍부한 극을 완성한다.
아쉽게도 작품은 지난달 29일 공연을 끝으로 약 3개월간의 서울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14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이번 시즌 역시 약 14만 명의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비록 서울 공연은 끝났지만 오는 4일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 각지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며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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