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 돌파 '살목지' 한국 공포영화 흥행 2위 등극…대반전 역대 1위는?

영화 '살목지'가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공포영화 '살목지'. 배우 김혜윤 스틸컷. / 쇼박스 제공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목지'는 지난 4일 9만여 명을 추가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272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8년간 2위 자리를 지켜온 '곤지암'(2018년·268만 명)의 기록을 넘어섰다. 현재 '살목지'보다 높은 흥행 성적을 보유한 국내 공포 영화는 단 한 편뿐이다. '살목지'가 이 기록마저 넘어설 경우 21년 만에 한국 공포 영화 흥행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된다.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 돌파,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이상민 감독이 연출한 '살목지'는 지난달 8일 개봉 이후 한 차례도 내림세 없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누적 관객 80만 명을 돌파했고,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등 쟁쟁한 신작이 잇달아 개봉한 후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배우 김혜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로드뷰 촬영팀이 충남 예산의 저수지 살목지로 재촬영을 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살아서는 나갈 수 없는' 저수지라는 음산한 설정과 다양한 변주의 점프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연출)가 맞물리며 관객의 심장을 빠르게 두드렸다.

공포영화 '살목지'. 배우 김준한 스틸컷. / 쇼박스 제공

4월 비수기 개봉, 왜 통했나

통상 공포 영화는 여름 성수기를 노린다. '살목지'는 그 공식을 깼다. 4월은 수백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들이 여름을 준비하며 숨을 고르는 시기다. 경쟁작이 없는 이 빈틈에 '살목지'는 상영관을 선점하고 관객의 시선을 독점했다.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점과 개봉 일정이 맞아떨어진 것도 흥행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10·20대 관객들이 '함께 비명 지르며 보는' 놀이 문화로 극장을 찾으면서 젊은 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로드뷰라는 일상 속 공포…몰입도의 비결

'살목지'가 이전 공포 영화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설정의 신선함이다. '곤지암'이 유튜브 공포 생중계 형식을 차용했다면, '살목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도 앱의 로드뷰 촬영 화면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익숙한 화면 속에서 낯선 공포가 스며드는 구조가 극강의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공포영화 '살목지'. 배우 장다아 스틸컷. / 쇼박스 제공

충남 예산에 실재하는 살목지 저수지를 배경으로 삼아 '진짜 있는 곳이냐'는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현실 밀착형 공포를 배가시켰다.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실제 촬영지인 예산 살목지에 최근 방문객이 급증했고,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옆자리 사람이 팝콘을 쏟았다", "애플워치 심박수 경고 알림이 떴다" 같은 관람 후기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산되며 입소문을 키웠다. 영화 자체가 아니라 관람 체험이 공유되면서 또 다른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김혜윤, 이종원, 장다아 등 젊은 층에게 팬덤이 확실한 배우들을 기용해 티켓 파워를 뒷받침한 것도 흥행의 한 축이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공포의 밀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흥행하자 덩달아 인기인...

영화 인기와 함께 실제 배경지인 충남 예산 살목지를 찾는 방문객도 급증하고 있다. 예산 백월산 자락에 자리한 이 저수지는 수변을 따라 목재 데크가 조성돼 있어 영화 속 음산한 이미지와 달리 푸른 수면과 신록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광을 자랑한다.

‘살목지’ 스틸컷. / 쇼박스 제공

최근에는 예산 황새공원에서 살목지·보강지 일대를 연결하는 국가생태탐방로가 새롭게 조성됐다. 황새바람길·황새마을길·황새소원길 등 3개 구간으로 구성되며, 체력에 따라 1시간 30분에서 최대 3시간 30분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전망대와 포토존, 황새 관찰대도 설치됐다. 황새문화관 인근에는 183면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됐으며 탐방로 입장과 주차 모두 무료다. 다만 방문객 급증에 따른 주민 민원 증가와 '귀신 성지' 이미지 고착화는 지속 가능한 관광 전략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역대 1위는? '장화, 홍련' 21년의 아성

과연 '살목지'가 추격 중인 역대 한국 공포 영화 흥행 1위는 어떤 작품일까. 2003년 6월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적 관객 수 약 314만 명의 이 작품은 21년간 한국 공포 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지켰다. '파묘'는 오컬트 장르로 분류돼 정통 공포물과 구분하는 시각도 있는 만큼, 순수 공포 장르 기준으로는 '장화, 홍련'이 여전히 부동의 1위다.

‘장화, 홍련’ 스틸컷. 배우 염정아, 임수정, 문근영. / 청어람 제공

임수정, 문근영, 염정아, 김갑수가 출연한 이 작품은 조선시대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자매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이 새엄마 은주(염정아)와 충돌하며 기이한 사건들을 겪는 이야기다. 점프스케어 중심의 공포가 아니라 가족 안의 비극과 심리적 트라우마를 전면에 내세운 접근이 당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장 아름다운 공포 영화'…미장센의 교과서

'장화, 홍련'은 영화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포 영화'라는 수식어로 불린다. 배경이 되는 적막한 가옥 내부는 화려하면서도 기괴한 꽃무늬 벽지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이는 등장인물들의 억눌린 심리와 폐쇄 공포를 시각화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이병우 음악감독이 작업한 메인 테마곡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은 공포 영화 음악으로는 드물게 서글프고 아름다운 왈츠 선율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슬픔과 공포가 공존하는 이 정서는 이후 한국 공포 영화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줬다. '장화, 홍련'의 성공 이후 한국 공포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세련된 비주얼과 심리 스릴러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했다.

‘장화, 홍련’ 스틸컷. 배우 임수정, 문근영. / 청어람 제공

영화는 배우 커리어 측면에서도 상징적인 작품이다. 신인이었던 임수정과 문근영은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 등 주요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염정아는 서늘하고 예민한 새엄마 역할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이후 활발한 활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나리오 완성도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2009년 미국에서 'The Uninvited'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 제작됐다. 당시 스크린 수가 현재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14만 명이라는 관객 수는 현재 기준 700만~800만 명에 육박하는 체감 흥행 규모로 추산된다.

‘장화, 홍련’ 스틸컷. 배우 염정아. / 청어람 제공

'살목지', 1위까지 남은 거리는 42만 명

현재 '살목지'의 누적 관객 수는 272만 명, '장화, 홍련'의 기록은 314만 명이다. 두 작품 사이의 간격은 약 42만 명이다. 일평균 관객 수가 유지된다면 수주 내 1위 도전이 가능한 수치다. 다만 극장 흥행은 신작 개봉과 상영관 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최종 관객 수는 향후 경쟁 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1년간 한 번도 뒤집히지 않은 기록이 2025년 봄 깨질지, '장화, 홍련'의 아성이 끝내 지켜질지는 앞으로의 추이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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