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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개봉한 한국 영화 한 편이 다시 순위권에 올라왔다.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는 10만 명에 그쳤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관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별명까지 얻은 작품이다. 배우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바람’이 후속작 ‘짱구’ 개봉과 맞물려 넷플릭스에서 흥행 역주행을 시작했다.

10일 넷플릭스 코리아에 따르면 영화 ‘바람’은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순위 6위에 올랐다. 같은 날 1위는 ‘비스트’, 2위는 ‘아노라’, 3위는 ‘메모리’, 4위는 ‘히트맨2’, 5위는 ‘친애하는 나의 킬러’가 7위 ‘정점‘ 등을차지했다. 2009년 개봉작인 ‘바람’이 신작과 화제작 사이에서 다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흐름이다.
‘바람’은 2009년 11월 26일 개봉한 이성한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 정우가 주연을 맡았고, 그의 실제 이야기가 상당 부분 반영된 자전적 영화로 알려져 있다. 엄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짱구가 멋진 학창 시절을 꿈꾸며 학내 불법 서클에 들어가고, 이른바 ‘짱’들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공식 흥행 기록만 보면 ‘바람’은 대형 흥행작과 거리가 있었다. 누적 관객 수는 1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남긴 체감 인지도는 달랐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저예산 영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감 나는 사투리와 학창 시절 묘사, 거칠지만 솔직한 청춘의 정서로 강한 입소문을 탔다.
이번 역주행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후속작 ‘짱구’가 극장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원작 격인 ‘바람’을 다시 찾아보려는 관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 영화를 봤던 관객에게는 추억을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됐고, ‘짱구’를 통해 정우의 이야기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관객에게는 17년 전 출발점을 확인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바람’이 오랜 시간 살아남은 이유는 관객 반응에서 확인된다. 이 작품은 네이버 네티즌 평점 9.29를 기록하며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당시 극장 관객 수는 크지 않았지만,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반복 관람과 추천이 이어졌다.

관람평에는 “사투리 영화 중 최고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는 반응이 남았다. “엔딩 크레딧 내내 울었다”, “이 영화 대체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정우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런 반응은 ‘바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화려한 사건이나 대규모 제작비보다 인물의 감정과 기억에 집중한 영화였다. 청춘의 허세, 불안, 가족에 대한 복잡한 감정,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성장통을 투박하지만 진심 있게 담아냈다. 그래서 숫자는 10만 명이었지만,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는 훨씬 큰 영화로 남았다.
정우에게도 ‘바람’은 중요한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로 2010년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과거 정우는 ‘바람’에 자신의 실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며, 촬영 당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고 아버지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 원안을 쓰고, 감독이 이를 시나리오로 완성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별한 배경이다.

17년 전 영화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후속작 ‘짱구’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짱구’는 ‘바람’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정우가 주연은 물론 각본과 연출까지 맡았다.
‘짱구’는 부산에서 상경해 배우를 꿈꾸는 20대 청년 짱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짱구는 영화 속 주인공 김정국의 별명이자 실제 정우의 어린 시절 별명이기도 하다. ‘바람’이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정우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면, ‘짱구’는 그가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4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짱구’는 개봉 13일 차에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올해 개봉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휴민트’, ‘신비아파트 10주년 극장판’의 뒤를 잇는 성과다.

후속작의 흥행은 자연스럽게 ‘바람’ 재조명으로 이어졌다. ‘짱구’를 본 관객은 17년 전 짱구의 출발점이 궁금해졌고, ‘바람’을 기억하는 관객은 두 작품이 이어지는 정서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극장에서는 ‘짱구’가, OTT에서는 ‘바람’이 동시에 주목받는 흐름이 만들어진 셈이다.
‘짱구’는 ‘바람’과 같은 인물을 공유하지만, 다루는 시기는 다르다. ‘바람’이 10대 학창 시절의 거칠고 서툰 성장담이었다면, ‘짱구’는 20대의 불안과 꿈, 사랑을 다룬다. 정우는 진로를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에 관객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우는 ‘짱구’에서 익살스럽고 찌질한 점들을 잘 표현하려고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후속작인 만큼 부담도 있었지만, 짱구라는 인물 특유의 인간적인 허술함과 뜨거운 에너지를 살리려 한 것이다.

‘짱구’의 시작은 정우가 써둔 여러 에피소드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바람’의 후속작을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적어둔 이야기들이 아내인 배우 김유미의 눈에 띄었고, 이후 시나리오 형태로 발전했다. 김유미는 이번 작품에 기획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우는 이 작품에 대해 제작하려고 작정하고 덤빈 작품은 아니었다며, 자연스럽게 흘러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개봉까지 이어졌다는 그의 말에서도 ‘바람’ 때부터 이어진 자전적 영화의 결이 느껴진다.
결국 ‘바람’의 넷플릭스 역주행은 단순한 순위 상승이 아니다. 2009년 10만 관객 영화가 17년 뒤 다시 호명됐다는 점, 후속작 ‘짱구’가 원작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점, 그리고 정우라는 배우가 자신의 청춘을 다시 영화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극장 관객 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화가 있다. ‘바람’이 그렇다. 공식 기록은 10만 명이었지만, 오랜 시간 관객들의 기억 속에서 반복 재생된 작품이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바람’은 넷플릭스 6위라는 새로운 기록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비공식 천만 영화’라 불렸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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