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샤크, 올라주원, 압둘 자바, 체임벌린, 그리고 웹반야마...외계인 역대급 원맨쇼에 샌안토니오 2연승!

위키트리

미국 10대들이 ‘골든(Golden)’을 따라 부르며 학교에 간다. 일본 팬들은 비행기 티켓을 끊고 서울 낙산공원 계단을 오른다. 패션지 보그는 멧 갈라 레드카펫에서 한 여성 가수의 비녀 장식을 두 페이지에 걸쳐 다룬다. 어느 서점 아동 코너에선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이름의 그림책이 출간 첫날부터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찬다. 모두 같은 작품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이야기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은 K팝 걸그룹이 악귀를 사냥한다는 설정 하나로 전 세계를 흔들었다. 올해 3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받았다. 4월 말 기준 누적 시청 수 5억 뷰를 돌파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작품이 일으킨 파문은 음악, 패션, 관광을 차례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제 출판계까지 접수할 기세다. 서울문화사가 관련 도서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그림책은 나오자마자 아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올해 안에 총 13종이 나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가 주인공이다. 낮에는 케이팝 스타, 밤에는 악귀 퇴치사. 악귀 귀마와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방해를 뚫고 결국 팬들과 함께 완성한 혼문으로 세상을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단순하다. 그런데 왜 5억 명이 봤을까.
작품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출연해 그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그는 컵라면과 보온병을 챙겨가려다 경비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했다. 결국 시상식장에서 크리스 아펠한스 공동 감독과 함께 생라면을 뜯어 먹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져나가며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화려한 할리우드 시상식장에서 라면을 씹는 두 감독의 모습은, 어쩌면 이 작품 자체와 닮아 있다. 케이팝이라는 한국적 감성을 전혀 낯설지 않게 세계 무대 한복판에 들고 들어간 것처럼.
수상 순간에 대해 매기 강 감독은 "봉투가 열릴 때 우리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굉장히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그 걱정은 기우였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에 이어 주제가상까지 차례로 불렸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 배우와 가까워졌다며 "박찬욱 감독은 내 우상 중 한 분"이라고 말했다. 엠마 스톤도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더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속편 제작을 공식 확정했다. 매기 강 감독은 시즌2에 대해 "뮤지컬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세계에는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고, 그것을 여러분께 선보일 생각에 설렌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남긴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 바깥에서 나왔다.
OST '골든'의 메인 보컬 이재(EJAE)가 최근 2026 멧 갈라에 공식 참석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오반나 엥겔베르트가 제작한 실버 컬럼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올랐다. 그런데 더 주목받은 것은 드레스가 아니었다. 헤어에 꽂힌 비녀였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하던 전통 머리 장식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재해석한 것으로, 이재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그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선시대 기녀들은 그 시대 가장 문화적으로 세련된 예술가들이었다. 음악, 시, 대화까지. 비너스와 기녀, 서양과 동양의 두 여성성이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질문에서 이 룩이 나왔다."
보그는 이재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골든'은 끝났다. 2026 멧 갈라 데뷔를 위해 이재는 실버의 시대로 들어섰다." 패션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이벤트가 된 셈이다.
'골든'은 빌보드 200에서 8위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차트에 오른 사운드트랙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화제성은 숫자보다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더 선명하게 읽힌다.
작품에 등장한 서울의 공간들, 낙산공원·한양도성 성곽길,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명동거리, 청담대교, 뚝섬한강공원,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N서울타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케데헌 8경'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렇게 이름 붙인 곳은 없다. 전 세계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표현이다. 포브스 코리아에 따르면 이 장소들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실제로 늘었고, 오스카 수상 이후 그 흐름은 더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에 따르면 2025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1893만6562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2% 증가했다. 케이팝과 드라마,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이어지는 케이 콘텐츠 열풍이 이 흐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한국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낮아졌다고 말하는 외국인들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처럼 콘텐츠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투어리즘' 현상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작품 배경지 발굴과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렸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팝업 스토어는 이 흐름의 현실 버전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공식 1주년 기념 팝업 행사가 예정돼 있다. 세부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후 글로벌 순회가 이어질 계획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은 서점가까지 점령할 기세다. 서울문화사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애니메이션 그림책: 팬들을 위해!'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식 포스터북'을 동시 출간했다. 그림책은 출간 당일부터 주요 서점 추천 도서로 선정됐고, 아동 분야 베스트셀러에 곧장 올랐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이제 같은 캐릭터를 책으로 다시 만나는 셈이다. 이게 시작이다. 서울문화사는 올해 총 13종의 관련 도서를 순차 출간할 계획이다.
6월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무비 코믹북'이 나온다. 원서인 'KPOP DEMON HUNTERS: THE MOVIE IN COMICS'는 미국에서 인디 베스트셀러 얼리&미들 그레이드 리스트 6위에 오르고, USA TODAY 톱 150에서 111위를 기록한 책이다.

7월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스토리북'이 출간된다. 원서인 'KPOP DEMON HUNTERS: THE OFFICIAL DELUXE JUNIOR NOVELIZATION'은 넷플릭스와 협업해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RHCB)가 펴낸 책으로, 뉴욕타임스 미들 그레이드 하드커버 리스트에 1위로 데뷔한 작품이다. 이후로도 액티비티북, 컬러링북, 스티커북 등이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한국에 들어온다. 그것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문화를 담은 이야기가 다시 한국 독자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풍경이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