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호프'도 후보인데…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국적 때문에 특혜는…" 소신 발언

박찬욱 감독이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서 처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장르와 국적, 정치적 이념 같은 외부 조건을 배제하고 작품 자체의 예술적 성취만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포토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박 감독은 영화제 개막 전날인 지난 11일(현지 시각)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심사 원칙을 직접 밝혔다. 그는 "상들은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주어져야 한다"는 말로 기준을 분명히 했다.

또한 "영화가 국적,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반대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돼서는 안 되며, 그 이유만으로 우대받아서도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최근 국제 영화제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빔 벤더스 감독이 개막식에서 영화인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고해 가자지구 전쟁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자신의 판단은 오로지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에 근거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한국인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박 감독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인이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 신상옥 감독(1994년)부터 홍상수 감독(2025년)까지 총 여섯 차례였지만, 심사위원장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심사위원장 위촉 소식을 전하며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한국인이 심사위원장이 됐구나'라는 그런 감회를 갖지 않을 순 없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말도 했다. "한국 영화가 예전에 영화의 변방 국가인 것처럼 취급되던 긴 세월이 있었는데 그 시대에도 한국에는 훌륭한 감독들, 배우들이 있었다"며, "시간이 흐르고 한국도 세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런 시대에 맞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 선배들, 정말 뛰어났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배들 생각이 많이 난다"고 회상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12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포토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칸 영화제 조직위는 위촉 당시 "박 감독의 독창성, 시각적 연출력, 이상한 운명을 지닌 남녀의 다층적인 충동을 포착해내는 점은 현대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해왔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그러나 자신의 국적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칸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칸 영화제라는 자리에 대해 "우리 시대에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하는 셈으로, 이상적으로는 훗날 역사가 이런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 수상에 도전하고,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9인의 심사위원단이 결정할 수상작은 오는 23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영화제가 끝나면 박 감독의 일정은 사진전으로 이어진다. 오는 7월 6일부터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를의 갤러리 '이우환 아를'에서 첫 유럽 개인 사진전을 연다. '고요한 아침'을 주제로 영화 촬영 현장과 한국의 일상 풍경을 담은 사진을 선보인다.

박 감독은 "감독으로서 나는 모든 세부 사항을 최대한 통제하려 노력한다. 비록 매우 자연스러운 장면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많은 준비와 연출의 결과물"이라며 "그에 비해 사진은 나에게 있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작업을 "해독제"라 부른 그는 "나는 아름다움, 기이함, 낯섦을 포착하려 정말 노력한다"며 "바로 그 포착된 순간, 그 만남이야말로 내가 거의 숭고한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12일 개막해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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