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서 딱 3046명만 본 작품인데…넷플릭스 공개되자 '2위' 찍어버린 한국영화

극장에서 3046명의 관객만 보고 조용히 사라진 한국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OTT 톱10 순위 2위에 올랐다. 화제작도, 스타 감독의 작품도 아닌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거둔 성적이다.

영화 '넌센스' 스틸컷.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로 영화 '넌센스'에 대한 소식이다.

'넌센스'는 지난해 11월 26일 극장 개봉했다. 116분 분량의 15세 이상 관람가 심리 스릴러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이제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극장 성적은 냉혹했다. 누적 관객 수는 3046명(2026년 2월 12일 기준)으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영을 마쳤다.

그러나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영화 부문 톱10 중 2위를 기록했다. 극장과 OTT에서의 온도 차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린 사례는 드물다.

'노이즈' 어떤 영화인가 — 심리 현혹 스릴러의 구조

'넌센스'는 냉정한 일처리로 정평이 난 손해사정사 유나(오아연)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고객의 보험금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사망 보험금 수령자는 고인의 가족도 친척도 아닌 웃음치료사 순규(박용우)다. 유나는 순규를 만나 대화를 나눌수록 자신의 판단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믿음의 본질에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 '넌센스' 스틸컷. 주연 오아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놉시스 자체가 장르적 쾌감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인간 심리의 균열을 파고드는 구조다. "이 세상 모든 건 진짜예요. 동시에 가짜고. 중요한 건 마음이에요"라는 순규의 대사는 영화 전체의 기조를 함축한다. 거액의 보험금을 둘러싸고 의심하는 여자와 현혹하는 남자 사이의 심리전이 서사의 핵심 축이다.

주연 외에 오민애가 무속신앙에 기대는 어머니 미숙 역을, 임현주가 보경 역을 맡았다. 연출과 각본, 음악까지 이제희 감독이 직접 담당했다. 촬영은 송현준이 맡았다.

박찬욱이 직접 추천한 신인 감독

'넌센스'가 OTT 공개 전부터 일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 건 박찬욱 감독의 공개 추천 때문이었다. 박 감독은 영상을 통해 "젊은 감독의 독립영화 한 편을 아주 즐겁게 보고 오래간만에 '참 좋은 작품 발견했다'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라며 이제희 감독의 작품을 직접 소개했다.

이어 "같은 장르 안에서 장르적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아주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낸 것 같다. 제가 데뷔했을 때 그 나이를 생각해보면 저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난 감독 같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데뷔 시절과 비교하며 재능을 치켜세운 것은 이례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졌다.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넌센스'. / 유튜브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배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특히 자신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함께 작업했던 박용우에 대해 "이 배우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얼굴을, 다양하고 복합적인 표정을 잡아낸 걸 보고 감독과 배우 두 분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평론가 이동진은 5점 만점 중 별점 3점을 부여하며 "믿고 싶은 것 어느새 믿어버린 것 믿었다고 생각한 것 사이에서 기묘하고 집요하게"라는 한 줄 평을 남겼다.

박용우 — 또 한 번의 변신

박용우는 '헤어질 결심', '노량: 죽음의 바다', 드라마 '무인시대', '제중원', '트레이서' 등 장르와 시대극을 가리지 않고 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쌓아온 배우다. '달콤, 살벌한 연인', '카센타' 등에서는 유쾌하고 가벼운 면모까지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넌센스'에서 그가 맡은 순규는 미스터리한 웃음치료사다. 알 수 없는 미소로 인물들을 흔들고, 서늘함과 다정함을 오가는 눈빛으로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앞서 박 감독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표정"을 짚어 언급했을 만큼, 단순한 악역이나 매력남의 도식을 벗어난 캐릭터로 설계됐다.

영화 '넌센스' 스틸컷. 배우 박용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박용우는 KBS2 '은수 좋은 날'에서 마약수사팀 팀장이자 극의 흐름을 뒤흔드는 흑막 장태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LG유플러스 STUDIO X+U 미드폼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는 시신을 실로 꿰매는 연쇄살인마 윤조균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도 출연하며 국내 OTT 플랫폼을 넘나드는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악인과 흑막 캐릭터를 연속으로 소화하며 장르물 수요가 높아진 OTT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흐름이다.

오아연 — 첫 주연, 소진된 여자를 연기하다

오아연은 '곤지암'에서 공포 체험단의 막내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정체를 숨긴 의병으로 등장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넌센스'는 그의 첫 장편 주연작이다.

그가 연기한 유나는 빚만 남기고 병상에 누운 아버지, 무속신앙에 기대는 어머니 사이에서 감정을 잃어가는 인물이다. 방전된 여자를 연기하기 위해 오아연은 무기력의 정도를 세밀하게 조율했다고 밝혔다. 무표정의 유나가 얼굴 근육을 다시 쓰기까지의 과정을 한 프레임씩 설계했다. 배우 본인은 "마지막 장면에서 온전히 유나가 됐다"고 고백하며 "한 점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연으로서 처음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연기 밀도로 채운 셈이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오아연을 박용우와 함께 언급하며 두 배우 모두에 대한 찬사를 전했다.

영화 '넌센스' 스틸컷. 박용우와 오아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들은 왜 극장에서는 안 봤을까

'넌센스'의 극장-OTT 성적 역전은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구조적 현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3046명이라는 극장 관객 수는 마케팅 자원이 제한된 독립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업영화와 스크린을 나눠 가져야 하는 환경에서 나온 숫자다. 박찬욱 감독의 추천 영상이 공개됐음에도 극장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넷플릭스 공개 이후 알고리즘 추천과 입소문이 결합되면서 첫 주 2위를 기록했다. OTT 플랫폼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장르 취향이 뚜렷한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닿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극장에서 놓쳤다는 인식 자체가 클릭 동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제희 감독 — KAFA가 배출한 새 얼굴

이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으로, '넌센스'가 장편 데뷔작이다. 각본과 연출뿐 아니라 영화 음악까지 직접 맡았다. 박 감독이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신인 감독이라는 사실은, '넌센스' 이후 이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게 만드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영화 '넌센스' 포스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KAFA는 어떤 곳?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국립 영화 학교다. '아카데미'라는 명칭 때문에 사설 학원이나 방송국 산하 기관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영화학교 순위에서도 매년 30위권 안에 드는 곳이다.

'한국 영화 사관학교'로 불리며 지금까지 700여 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봉준호(11기), 장준환(11기), 최동훈(15기), 엄태화(28기) 등이 이곳 출신이며,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 '제2의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주요 감독들이 대거 KAFA를 거쳤다. 임상수(5기), 허진호(9기), 민규동(13기), 김태용(13기), 조성희(25기), 이옥섭(30기) 등도 마찬가지다.

총원 30명 이내의 소수정예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7년 장편제작과정이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는 기술전문과정, 2021년에는 사전제작과정(애니메이션)이 추가돼 프리프로덕션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전 제작 단계의 인력을 양성하는 체계를 갖췄다. 졸업영화제를 영화사 PD들이 직접 챙겨보는 유일한 학교로도 알려져 있으며, 졸업 작품 다수가 국제영화제에 진출한다. 본래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했다가 2018년 초 부산 수영구로 이전했다.

2026년 5월 21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리스트

1. 넘버원
2. 넌센스
3. 시스터
4. 731
5. 매드 댄스 오피스
6. 위키드
7. 레전드 오브 타잔
8. 아노라
9. 휴민트
10. 블러드 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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