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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강력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거장으로 손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가 개봉과 동시에 단숨에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에 올라서며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공식 집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극장가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개봉 첫날 하루 동안 총 5만 6081명의 일일 관객 수를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사전 시사회 관객을 포함한 현재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총 5만 6928명으로 집계됐다.
개봉을 앞둔 지난 8일 이미 ‘군체’, ‘와일드 씽’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전체 예매율 1위에 오르며 흥행 청신호를 켰던 ‘디스클로저 데이’는, 예측대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최상단에 등극하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해 냈다. 특히 지난달 21일 개봉한 이후 줄곧 부동의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한국 영화 ‘군체’의 독주 체제를 깨뜨리고 새롭게 정상의 왕좌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흥행 성적은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증명한다면, 그게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 진실은 80억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지구 이외의 우주 공간에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전 세계에 폭로된 이후 인류 전체가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사회적 충격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심리적 반응을 다채로운 사건들로 엮어낸 것이 영화의 기본 플롯이다.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라는 진실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결정적인 날을 기점으로 삼아 인간 사회가 겪는 극심한 혼돈과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실력파 배우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해 조쉬 오코너, 콜린 퍼스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명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밀도 높은 연기 시너지를 선보인다.
흥행 성적과는 별개로 현재 극장을 찾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은 칭찬 일색이었던 기존의 스필버그 영화들과 정반대다. 개봉 전까지만 해도 작품은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하는 데다가 할리우드 상업 영화의 대명사이자 거장으로 군림해 온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역동적이고 오락성이 짙은 SF 블록버스터일 것이라는 대중적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막상 베일을 벗은 영화는 일반적인 대중의 기대를 완전히 뒤엎었다. 이번 작품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상업 블록버스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화면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상징물에 의존해 전체 서사를 은유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주의적 색채가 짙은 예술 영화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스필버그 감독의 전작인 SF 영화 '우주전쟁'에서 언뜻 드러났던 독창적인 작가주의적 SF 비전이 이번 신작에 이르러 더 극단적이고 과감한 형태로 투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관람객 평점 시스템에서 ‘디스클로저 데이’는 10점 만점에 단 4.6점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너무 재미가 없다.. 중간에 졸렸고 스토리도 엉성하고 주인공 여자랑 쫓는 남자도 둘 다 짜증남,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고 스티븐 시걸이 만든 듯", "영화 내내 수수께끼를 푸는데, 무척 지루하고 고단하다. 마침내 얻은 정답은 ‘노장의 망작’",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음모론 주제에, 추격 신만 잔뜩 넣은... 스필버그 형님 실망", "ET 보려고 2시간을 넘게 앉아 있었다", "뭘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뭐가 이렇게 허술하지"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실제로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정적인 분위기가 지배한다. 극 중 펼쳐지는 역동적인 카 체이싱 장면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일반 관객들이 극장에서 열광할 만한 시각적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조용한 톤으로 극이 진행된다. 오히려 스필버그 감독 본인의 커리어적 최전성기라고 평가받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의 고전적인 미국 영화들처럼, 호흡이 느리고 클래식한 문법으로 뚝심 있게 만들어진 작품에 가깝다.
서사적인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영화는 외계 존재의 폭로에 대한 핵심 정보를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조금씩만 감춰 보여주며 주인공들이 도망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최종 결말부 역시 상대적으로 서둘러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게다가 대중문화에서 수없이 소비돼 온 기존 ‘외계인 음모론’이라는 대중적 소재에 대해서도 특별히 새롭거나 파격적인 시각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극장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SF 오락 영화나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던 일반 관객들에게는 적잖은 실망감과 지루함을 안겼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반면 영화 내적인 깊이를 중요시하는 평론가들과 시네필들의 평가는 완전히 상반된다. 이들은 영화가 순수한 재미를 넘어 정보 나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사회적 아젠다에서 더 나아가 소통과 불통, 종교적 믿음, 그리고 인류의 화합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상징들을 내포하고 있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이 있게 곱씹어 볼 만한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웰메이드 작품이라며 호평을 보낸다.
물론 영화가 지나치게 방대하고 많은 상징적 메시지를 한꺼번에 다루려고 시도한 나머지 전반적으로 다소 난잡하게 느껴진다거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조형이 평면적이고 관념적이어서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온전히 이입하기 어렵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존재한다.
한편, ‘디스클로저 데이’의 거센 돌풍에 밀려 박스오피스 하위권 순위는 소폭 변동했다. 기존 1위에서 한 계단 내려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한국 영화 ‘군체’다. 강력한 흥행 뒷심을 발휘 중인 ‘군체’는 지난 10일 하루 동안 4만 7227명의 일일 관객 수를 추가하며, 지금까지 총 487만 1168명의 경이적인 누적 관객 수를 기록,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어서 박스오피스 3위 자리는 손재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와일드 씽’이 차지했다. ‘와일드 씽’은 같은 날 3만 2253명의 일일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현재까지의 총 누적 관객 수는 63만 795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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