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400억 쏟아부은 19금 대작 영화, 넷플릭스 공개 이틀 만에 2위

지난 1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한 편이 단 이틀 만에 국내 넷플릭스 영화 부문 2위에 올랐다. 신작도 아니고, 한국 영화도 아니다. 2008년 1월 개봉한 18년 전 전쟁 사극이 2026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다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영화 '명장' 속 한 장면 / 미디어소프트 제공

이연걸·유덕화·금성무, 셋이 한 화면에

이 영화의 정체는 2008년 1월 국내에 개봉한 진가신 감독의 '명장'(The Warlords / 投名狀)이다. 핵심은 캐스팅 라인업이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까지 90년대 아시아 스크린을 장악했던 세 이름이 한 화면 안에서 정면으로 부딪힌다. 90년대 홍콩 영화로 청춘을 보낸 세대에게는 역대급으로 꼽히는 조합이다.

영화 '명장'에 출연한 배우 유덕화, 이연걸, 금성무 / 미디어소프트 제공

실화 바탕…1870년 청나라를 뒤흔든 실제 암살 사건

이 영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장철 감독의 1973년작 '자마(刺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며, 자마는 청대 말기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다뤘다. 1870년 8월, 도적 경력이 있던 장문상이 의형제였던 양강총독 마신이를 암살한 사건이 원형이다. 당시 서태후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반 년이 넘는 수사에도 암살 동기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미스터리한 역사적 팩트가 후대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이야기로 재창조됐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명장'이다.

배경이 된 태평천국의 난 자체도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내전이다. 1850년부터 1864년까지 14년간 이어진 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2천만 명에서 최대 7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19세기 최대의 군사분쟁이자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유혈낭자한 내전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명장' 스틸컷 / 미디어소프트 제공

원제 '투명장'…배신하면 죽인다는 피의 맹세

원제 '투명장(投名狀)'이 담고 있는 의미도 섬뜩하다. '투명장'이란 어떤 조직에 가입할 때 자기 이름을 적어 충성을 맹세하는 글로, 극 중에서는 의형제의 연을 맺되 이를 배신한 자는 죽인다는 내용을 담은 맹세문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연상케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스산함이 느껴진다. 세 남자는 의형제를 맺으면서 무고한 사람을 죽여 그 피로 맹세를 증명하는 의식을 치른다. 영화는 이 서늘한 첫 장면에서부터 "과연 이 의리가 끝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명장' 스틸 / 미디어소프트 제공

제작비 400억, 15만 명 엑스트라, 280대 카메라…CG도 와이어도 없이

제작비 40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제작 방식은 당시 화제가 됐다. 진가신 감독은 홍콩·중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과감하게 걷어냈다. "와이어로 하늘을 날고 수만 명의 군사를 CG로 만들어내는 건 가짜"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약 15만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 장면을 담기 위해 280대의 카메라가 배치됐다. 감독이 가장 중점을 둔 키워드는 리얼 액션, 리얼 의상, 리얼 색채, 인간 심리 네 가지였다. '첨밀밀', '퍼햅스 러브'로 멜로 장르의 거장으로 알려진 진가신이 생애 첫 액션영화에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이 철저한 리얼리티였다.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 '명장' / 미디어소프트 제공

"명장 위해 태어난 배우" 이연걸, 남우주연상 영예

이 영화는 이연걸에게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황비홍 시리즈와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로 무술 영웅의 이미지를 굳혀온 그가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꺼내들었다. 방청운은 영웅이 아니라 야망가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명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이다. 이 고뇌하는 장군을 처절한 감정 연기로 소화해 제27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진가신 감독은 "이연걸은 인간의 음과 양,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지닌 방청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며 "'명장'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영화는 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을 포함해 총 8개 부문을 석권하며 8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명장' 주연 배우 이연걸 / 미디어소프트 제공

엇갈린 평론가 평점..."기존 무협 영화 틀 깼다"

씨네21 전문가들의 평점은 갈렸다. 이동진은 6점, 황진미·김봉석은 각각 7점을 매겼다. 평점은 달랐지만 "기존 무협 영화의 틀을 깬 사실적이고 묵직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맞지 않는 영화라는 의견도 나왔다. 세 의형제가 피로 맺은 맹세가 권력과 욕망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 상영 시간은 127분, 청소년 관람불가(19금) 시청 등급이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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