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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지하철 종착역, 모스크바의 한 가정집, 그리고 글이 사라진 2046년의 폐허가 된 도서관. 서로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세 무대가 다음 달 신촌의 한 공연장에서 나흘간 잇따라 펼쳐진다. 불안과 사랑, 연대를 각각 화두로 든 청년 연극인들이 자기들 스스로 기회를 열어가기 위해 만든 무대다.
극단 백일몽이 신진 연극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디딤프로젝트26'이 다음 달 8일부터 11일까지 신촌문화발전소 지하 2층 공연장에서 열린다. 4년간 극단 유랑선이 운영해온 디딤프로젝트는 올해부터 신진 예술가들로 구성된 극단 백일몽이 주최를 맡으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디딤프로젝트는 이제 막 연극계에 첫발을 내딛는 신진 연극인들에게 창작과 공연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현장 진입을 위한 실질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경험 부족으로 창작 외적인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을 위해 공연 제작과 기획, 홍보, 마케팅 등 운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데 무게를 둔다. 극단 백일몽 역시 신진 예술가들로 꾸려진 단체인 만큼, 창작 현장에서 직접 부딪친 고민과 한계를 바탕으로 동료 예술가들을 돕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테마는 '비포 퍼미션(Before Permission)'이다.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신진 예술가들의 도전 정신을 담았다. 세 극단은 불안과 사랑, 연대를 각각 소재로 삼아 결이 다른 창작극 세 편을 선보인다.
극단 새김의 '종착역'(백승민 작, 마예빈 연출)은 텅 빈 전철역 구내에서 한 여자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시간 속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을 그린 심리적 2인극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종착역에 내린 두 사람이 일상의 선택과 반복, '계속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불안의 정체를 더듬는다. 김효정과 김진아가 출연한다.
극단 미모의 '개가 아는 사람들'(전진 작·연출)은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모티프로 사랑과 관계의 아이러니를 코미디로 재창작했다. 원작에서 이름 없이 언급되던 구로프의 아내를 '마샤'라는 인물로 새롭게 빚어, 남편과 정부 안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을 마샤가 직접 지켜보게 한 점이 특징이다. 서영민과 이수진, 나윤하가 무대에 오른다.
극단 백일몽의 '손톱 끝으로'(서유진 작·연출)는 의무교육이 사라지고 읽고 쓰는 능력마저 선택이 된 2046년을 배경으로 한 휴먼 판타지 드라마다. 폐허가 된 학교 도서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여자와 끝까지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사서, 그리고 글을 배우고 싶어 찾아온 아이가 각자 선택의 기로에서 서로를 응시한다. 이다영과 장지호, 정라헬이 출연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유진 극단 백일몽 예술감독은 신진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성된 기회가 아니라 도전할 수 있는 무대라며, 디딤프로젝트26이 새로운 창작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 작품은 연속 공연되며 작품별 개별 예매와 통합 예매가 모두 가능하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3시이며 총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두 차례를 포함해 225분이다. 티켓은 개별 공연 기준 전석 1만5000원이다. 세 작품을 모두 관람하면 6000원 할인된다. 15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예매는 NOL 티켓을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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