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평점 고작 '38점'인데… 관객들 몰려들어 1조 5000억 벌어들인 영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문화적·경제적 영향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故) 마이클 잭슨의 치열했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한 전기 영화 ‘마이클(Michael)’이 전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며 역대 전기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흥행 성공은 마이클 잭슨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압도적인 자산 가치와 시대를 관통하는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마이클' 공식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유튜브

전 세계 전기 영화 흥행 역사 새로 쓰다… ‘10억 달러’ 돌파 목전

글로벌 영화 흥행 집계 플랫폼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영화 ‘마이클’은 지난 주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9억 7700만 달러(한화 약 1조 5000억 원)의 기록적인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로써 ‘마이클’은 기존 역대 전기 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9억 7500만 달러)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사상 최고 흥행작 왕좌에 올랐다.

영화 '마이클' 공식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앞서 영화 ‘마이클’은 전설적인 록 밴드 퀸(Queen)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그려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9억 1100만 달러)의 기록을 일찌감치 뛰어넘으며 음악인 전기 영화 중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인물을 다룬 모든 전기 영화를 통틀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작품이 됐다.

올해 개봉한 전체 영화 라인업 중에서도 글로벌 흥행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마이클’은 다소 늦게 개봉한 일본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흥행 인기를 이어가며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극장가와 영화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매서운 흥행 추세와 아시아 시장의 뒷심을 고려할 때 올해 개봉작 중 ‘슈퍼 마리오 갤럭시’에 이어 두 번째로 ‘10억 달러’ 고지를 밟는 작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10억 달러 돌파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전 세계 영화 역사상 전기 영화로서는 최초의 대기록이 된다.

영화 ‘마이클’의 이 같은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의 원동력은 글로벌 대중문화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이클 잭슨의 가치에 기반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이 2009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이른바 ‘사후 수익’은 무려 35억 달러(한화 약 5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브스가 지난 25년간 사망한 전 세계 문화, 예술, 스포츠계 인물들의 사후 누적 수익을 추적하고 비교 조사한 결과에서도 마이클 잭슨은 압도적인 격차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이 구현한 팝의 황제

영화 ‘마이클’은 마이클 잭슨의 수많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그의 음악적 뿌리와 전성기의 시작점을 심도 있게 다룬다. 영화는 1960년대 유년 시절 형제들과 함께 결성했던 ‘잭슨 파이브(Jackson 5)’의 활동기부터 시작해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반으로 꼽히는 ‘Thriller’를 지나 1980년대 후반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Bad’ 월드 투어 시기까지의 초기 일생과 음악적 여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영화 '마이클'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제작 단계에서부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을 이끌었던 베테랑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2026년 그의 발끝에서 전설이 다시 시작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극장가의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어린 나이에 팀의 막내로 데뷔하자마자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마이클 잭슨의 화려한 삶을 담아내는 동시에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이후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뇌하고 아파했던 인간적인 면모까지 스크린에 옮겼다. 천재 뮤지션에서 시작해 시대를 초월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역동적인 과정을 스펙터클한 무대 연출과 함께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가 전 세계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작품을 둘러싼 영화 평론가들과 일반 관객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일반 관객들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팝콘 지수’는 무려 97%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개봉한 모든 전기 영화를 통틀어 가장 높은 관객 만족도에 해당한다. 반면 전문가들의 비평을 기반으로 한 ‘신선도 지수’는 38%에 그쳤으며 또 다른 비평 집계 사이트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도 평론가 평균 점수 39점을 기록하는 등 양대 비평 사이트 모두에서 전문가 평점 40점을 넘기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종합해 보면 영화가 마이클 잭슨이라는 거장 인물의 복잡다단한 일대기를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서술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영화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역사적 공연과 퍼포먼스를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하고 시각적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에만 과도하게 공을 들였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인물의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나 영화적 해석이 부족하며 각본의 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비평을 받았다.

특히 아티스트로서 그가 가졌던 성공에 대한 강박과 집착,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 그런 독특한 예술적 성향이 형성되기까지의 유기적인 과정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생략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물의 어두운 단면이나 복잡한 환경들이 모두 아버지 조 잭슨의 가혹한 학대 탓으로만 단순화돼 묘사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약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대형 무대들을 쉼 없이 소화하려다 보니 전체적인 영화의 전개 속도(페이스)가 과도하게 빠르고 개별 사건들이 깊이 있게 다뤄지기보다 단편적으로 나열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각본상의 미흡함이 한계로 지적됐다.

친조카 자파르 잭슨의 열연과 완벽한 싱크로율

반면 일반 관객들과 대중문화 팬들은 이런 평론가들의 지적과는 상반된 지점에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영화는 전 세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구성으로 기획됐으며 무엇보다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 재현과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열연 덕분에 마이클 잭슨의 팬이라면 충분히 감동하고 만족할 만한 상업 영화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다. 각본의 미흡함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평론가들조차 영화가 가진 대중적 상업성과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봉 전부터 대부분 이견 없이 동의했을 정도다.

영화 '마이클' 속 한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유튜브

실제로 제작사 측이 진행한 출구 조사 및 관객 성향 분석에 따르면 영화에 호평을 보낸 관객들의 인종적 배경, 연령대, 성별 분포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나타났으며 관람 후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연 배우 캐스팅과 마이클 잭슨 특유의 독창적인 음색을 스크린에 재현해 낸 방식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본작의 타이틀롤을 맡은 주연 배우 자파르 잭슨은 마이클 잭슨의 실제 친조카(셋째 형 저메인 잭슨의 아들)다. 혈육을 캐스팅함으로써 영화계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캐스팅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내는 동시에 작품 고유의 정통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영화 '마이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자파 잭슨 / '유니버설 픽쳐스' 유튜브

본업이 가수인 자파르 잭슨은 그의 삼촌인 마이클 잭슨과 선천적으로 매우 흡사한 미성과 음색을 지니고 있으며 출중한 가창력까지 겸비해 배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제작진은 자파르의 생생한 보컬 레코딩에 고인의 원곡 음원을 정교하게 합성하는 고도의 오디오 기술을 적용해 마이클 잭슨 전성기 음색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자파르는 자신이 어린 시절 기억하던 삼촌 고유의 제스처와 매너리즘을 영화에 투영했을 뿐 아니라, 관련 평전과 자료들을 탐독하고 삼촌의 전설적인 춤 실력과 무대 매너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약 2년간 전력으로 집중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론가들의 엇갈린 시선 속에서도 영화 ‘마이클’은 관객들의 강력한 지지와 마이클 잭슨이라는 불멸의 아이콘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삼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극장을 넘어 전 세계 대중문화계에 다시금 불어닥친 ‘팝의 황제’ 신드롬이 향후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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