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쉽게 도전 못 했는데… 충무로가 또 한 번 '승부수' 던진 한국 영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배우 중 한 명인 박정민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성, 고 신해철의 삶과 음악을 다룬 전기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배우 박정민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9일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박정민은 영화 ‘그대에게’(가제)의 출연을 최종 확정 짓고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돌입한다. 이번 작품은 그가 그동안 보여준 치밀한 캐릭터 분석력과 한계를 모르는 연기적 열정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영화계와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년 ‘마왕’의 삶, 스크린으로 부활하는 신해철의 음악과 철학

영화 ‘그대에게’는 스물한 살의 어린 나이에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해철이 이후 25년간 남긴 위대한 음악적 성취와 그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을 심도 있게 담아낼 작품이다. 극 중 박정민은 타이틀롤이자 주인공인 신해철 역을 맡아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스크린에 복원하는 중책을 맡았다. 영화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시대의 아이콘이 된 명곡 ‘그대에게’부터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민물장어의 꿈’에 이르기까지 록, 발라드, 테크노, 재즈 등 장르의 벽을 허물며 끊임없이 음악적 실험을 이어온 뮤지션 신해철의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영화 '얼굴' 출연 배우 박정민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아울러 음악가로서의 삶뿐 아니라 대중에게 ‘마왕’ 혹은 ‘시장님’이라는 친근하면서도 강렬한 별칭으로 불렸던 라디오 DJ로서의 활약,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와 소신을 내뱉었던 냉철한 면모까지 함께 담아낸다. 영화는 신해철이라는 인간이 가진 독보적인 삶의 철학과 시대정신을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정민이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그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2016)에서 윤동주 시인의 사촌이자 뜨거운 신념을 가졌던 독립운동가 송몽규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으며,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2024)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든든한 동지 우덕순으로 분해 선 굵은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매번 실존 인물의 무게감을 훌륭히 견뎌내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박정민이기에 이번 신해철 역 역시 특유의 캐릭터 분석과 섬세한 감정선을 통해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인물로 구현해 낼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메가폰은 장준환 감독이 잡는다. 장준환 감독은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독창적인 천재성을 인정받은 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1987’ 등을 통해 빼어난 작품성과 압도적인 대중성을 모두 증명해 낸 대한민국 대표 감독이다. 장 감독은 신해철이 살아온 삶과 그가 남긴 음악, 그 속에 녹아 있는 시대정신을 자신만의 깊이 있는 시선과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스크린에 옮긴다. 작품의 제작은 제리굿컴퍼니와 함께 고인의 저작권을 공식 보유하고 있는 넥스트유나이티드가 공동으로 맡아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더한다.

박정민, 휴지기 끝낸 거침없는 '열일'… 스크린·OTT 넘나드는 대세 행보

한편, 지난해 초 잠시 휴지기를 가지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던 박정민은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을 시작으로 쉴 틈 없는 ‘열일’ 행보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으며 현재는 배우 김희원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OTT 시리즈 ‘상남자’ 촬영에 한창이다. 여기에 차기작으로 변영주 감독의 신작 영화 ‘당신의 과녁’ 크랭크인까지 앞두고 있어 그야말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당신의 과녁’은 17년간 살인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으로 현재 배우 고현정이 상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또 하나의 화제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 '얼굴' 출연 배우 박정민 공식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히는 박정민의 시작은 2011년 3월 개봉한 윤성현 감독의 독립영화 '파수꾼'이었다. 당시 그는 주인공 백희준(베키) 역으로 데뷔해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날 선 감정과 내면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극 중 권기태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과 격렬하게 대립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날것 그대로의 연기는 지금까지도 한국 독립영화계의 압권이자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파수꾼'은 저예산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린 그는 2016년 2월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흑백 영화 '동주'를 통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작품에서 박정민은 그의 곁을 지키며 행동하는 지성이었던 사촌 송몽규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폭발적이면서도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고 이때부터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영화 '얼굴' 출연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정민의 연기적 집념과 지독한 노력파로서의 면모는 2018년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더 빛을 발했다. 그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오진태 역을 맡았다. 당시 박정민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본 대선배 배우 이병헌은 그를 향해 "천부적인 재능이 주어져 있는데 남들이 감히 못 하는 정도의 노력까지 곁들이는 배우"라며 "정말 좋은 배우였고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든든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파격적인 변신과 캐릭터 소화력은 2020년 개봉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정점을 찍었다. 선배 배우 황정민,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영화에서 홍원찬 감독은 박정민이 맡은 캐릭터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전 스틸컷을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고 포스터와 공식 예고편에서도 그의 모습을 철저히 숨겼다. 관객들이 예상하기조차 힘들었던 파격적인 인물인 ‘유이’ 역을 맡은 박정민은 영화가 베일을 벗자마자 극장가를 뒤흔드는 압도적인 열연으로 관객과 평단의 감탄을 자아냈다. 덕분에 그는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조연상을 싹쓸이하며 대중성과 평단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고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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