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는 왜 외계인의 입으로 의미심장한 성경 구절을 읊게 했을까

※ 이 글에는 영화 '호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장의 이 문장을 거대한 크리처 액션의 문 앞에 세우는 것은 얼핏 오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뜬금없이 빌려 온 제사(題詞)가 아니다. 극이 끝나갈 무렵 두 시간 반이 넘도록 인간을 압도하고 사냥하던 외계 종족의 하나인 조르(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사다. 서사의 매듭보다 물리적 충격의 연쇄로 스스로를 직조하던 영화는 마지막 순간 인간의 경전을 외계인에게 얹는다. 이 기이한 반전에 '호프'의 열쇠가 들어 있다. 나홍진이 영화의 발단을 극장이라는 경험 양식의 위기에서 찾았다는 사실까지 겹쳐 놓으면, 신약의 한 줄은 장식이 아니라 이 영화의 존재론에 육박한다.

영화 '호프' 스틸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