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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을 목격했다거나 신비로운 신화를 마주했다기보다 한 인간의 회고담에 빠져든 기분이다.

호메로스가 쓴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디세이'는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사한다.
'오디세이'는 놀란 감독의 여타 작품들처럼 개인의 믿음에 대한 축적과 붕괴 그리고 재구축을 다룬 이야기다.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의 귀환과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의 고대(苦待)로 이루어진 구조는 절정에 이르면 마침내 영화를 거대한 로맨스물이자 가족극으로 보이게 한다.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는 시대에 놀란 감독은 기어이 고대 대서사시를 꺼내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한다.
또한 영화는 오디세우스를 포함한 인물들의 신앙심을 다뤄 인간 정신을 통찰하는데, 이것이 놀란 감독 특유의 플롯 구조와 엮여 더욱 깊은 층위를 가진다. 특히 원작의 제3부를 놀라운 아이디어로 완전히 재해석한 후반부는 '오디세이'만의 감흥을 선사한다.
스타 군단 캐스팅은 전부 들어맞는다. 반가운 얼굴들이 172분, 장장 3시간 가량의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에 눈 돌릴 틈조차 없다.
용기는 가상하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텔레마코스 역의 톰 홀랜드, 점차 무너져가는 페넬로페 역의 앤 해서웨이, 비열하고 찌질한 안티노오스 역의 로버트 패틴슨, 짧은 시간 1인 2역을 제대로 연기한 루피나 뇽오, 놀라운 아우라를 지닌 아가멤논의 베니 사프디와 칼립소의 샤를리즈 테론 등 각자의 위치에서 이들은 최선의 연기를 해낸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던 미스 캐스팅은 전혀 신경 쓸 부분이 되지 못한다.

특히 아테네를 맡은 젠데이아의 눈빛은 왜 놀란 감독이 그의 연기를 보고 "Perfact"라고 외쳤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맷 데이먼은 놀란 감독이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Perfact"라는 말을 젠데이아에게 꺼냈다고 말한 바 있다.)
촬영 역시 훌륭하다. '인터스텔라'(2014) 때부터 놀란 감독과 함께한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의 솜씨는 새로운 경지에 올라선 듯 하다. 특히 출렁이는 바다에서 촬영한 모든 씬들은 현장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월등하다.
워낙 완성도 높은 작품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영화는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단순한 구조로 짜여져 있다. 이에 좀 더 설명돼야 할 부분들이 단편적이거나 뒤로 미뤄져 가장 강력한 감정적 공명을 느껴야 할 순간에 파장이 덜한 감이 있다.
다만 놀란 감독의 야심이 압도적인 스케일과 결합해 완성된 모든 장면들이 경이로워 여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을 IMAX 70mm 필름으로 촬영한 만큼 가능한 IMAX관에서 본다면 더욱 환상적인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면과 서사적인 면 모두 입이 벌어질 정도이니 고전 대서사시로 일군 현대 영화의 정수를 목격하길 바란다.
지난 23일 국내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오디세이'의 정식 개봉은 다음 달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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