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더투어
우주선 탄 줄 알았습니다… 목성도 토성도 전부 보이는 야간 명소

위키트리
사찰의 뒷간은 오래된 생활 공간이자 수행 규범이 스며든 장소다. 건물의 모양과 쓰임, 그 안에 담긴 생활 방식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 곳이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을 앞두고 있다.

해우소는 사찰에서 뒷간을 부르는 말이다. 한국전쟁 이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이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 근심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여러 사찰에서 널리 쓰이면서 사찰 뒷간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세 해우소는 지붕 종도리 아래에 남은 상량 묵서를 통해 건립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영월 보덕사 해우소는 188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는 1910년에 세워졌다.

순천 선암사 측간은 여러 기록을 통해 오랜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704년에 작성된 '조계산선암사사적'에는 화장실을 뜻하는 '청측'이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 청측은 초기 대승불교 경전에서 화장실을 가리키는 용어로 많이 쓰였다.
일제강점기 선암사 전경 사진과 1928년 수리 사실을 적은 상량 묵서도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선암사 측간이 1920년대 이전에 건립돼 수리를 거치며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 곳 모두 건립 이후 100년 넘게 원래 위치와 기본 형태를 지켜왔다. 지금도 실제로 사용된다. 전통 방식의 사찰 뒷간이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원형과 기능을 함께 유지한 사례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
세 해우소는 경사진 땅을 활용해 지었다. 앞에서 보면 단층 건물이지만 뒤쪽은 아래 공간이 드러나는 중층 누각 형태다. 이런 구조는 내부의 공기를 순환시키고 빛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안쪽에는 일반적인 화장실처럼 문을 달지 않고 가슴 높이의 칸막이만 설치했다. 이용자의 시선을 가릴 만큼은 막되 공간 전체는 열어두는 개방형 구조다.
눈높이에는 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살창을 뒀다. 살창은 바람과 빛을 통하게 하면서도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가려준다. 창밖 풍경도 볼 수 있어 채광과 환기, 조망을 함께 고려한 사찰 뒷간의 특징을 보여준다.
건물의 구조는 사찰이 자리 잡은 산지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경사면을 따라 건물을 세우면서 뒤쪽 공간을 비워 통풍을 확보하고 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별도의 복잡한 설비 없이 지형과 목재 구조를 활용해 필요한 기능을 갖춘 방식이다.
해우소의 쓰임은 배설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사찰에서는 분뇨에 왕겨와 낙엽 등을 섞어 발효한 뒤 밭의 거름으로 활용했다. 생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농사에 다시 쓰는 방식이다. 사찰 안에서 나온 분뇨를 땅으로 돌려보내는 순환 구조가 해우소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해우소는 선종 사원의 핵심 건물을 뜻하는 '칠당가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선종 사원은 불전과 법당, 산문, 승당, 고원, 욕실, 동사 등을 대중 생활의 주요 공간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동사'가 해우소를 뜻한다.
계율서에도 해우소를 사용하는 규범이 남아 있다. 해우소가 부수적인 편의시설이 아니라 승려 공동체의 생활 질서와 수행 문화를 이루는 주요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해우소라는 명칭에도 몸의 불편을 해결하는 일과 함께 마음의 근심을 내려놓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지정 예고는 사찰의 불전이나 탑처럼 신앙과 의례를 상징하는 건축물에 머물던 국가유산의 범위를 수행 공동체의 일상이 이어진 생활 공간으로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세 해우소에는 사찰의 건축 방식과 생활 규범, 자원을 다시 활용한 전통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특히 세 곳은 처음 세워진 위치를 유지하면서 건물의 원형과 본래 기능을 함께 이어왔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전통 해우소의 보존 기반을 마련하고, 사찰 생활민속을 보여주는 자료를 지킨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관심 없음
{카테고리}에 관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