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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든 돈은 9000억 달러(약 1271조 700억원). 미국의 한 인터넷 사용자가 반쯤 장난삼아 내놓은 이 계산은 한동안 회자된 바 있다. 노르망디의 전장에서, 화성의 붉은 지표면에서, 별과 별 사이 아득한 우주에서 맷 데이먼이 연기한 인물들은 번번이 집으로부터 가장 먼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그리고 관객은 그가 돌아오는 길을 지켜보려고 매번 극장을 찾았다. 그 여정의 끝에는 거의 예외 없이 흥행이라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그 계보에 새 이름을 올렸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국내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놀런 감독의 전작 '오펜하이머'보다 엿새 빠른 속도다. 개봉 첫 주말 사흘간 133만 3436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고, 지난 5일 개봉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CGV 골든에그지수는 97%를 기록하며 관람객의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흥행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오디세이'는 개봉 3주 만에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북미 4억 2965만 달러, 해외 5억 7880만 달러를 합친 성적이다. 놀런 감독 작품 가운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처음으로 이 고지에 올랐다. 북미 첫 주말 성적 1억 2450만 달러는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이었고, 전 세계 개봉 첫 주 성적 2억 6410만 달러는 9억 7580만 달러를 벌어들인 '오펜하이머'의 개봉 성적마저 앞질렀다. 2억 5000만 달러가 투입돼 놀런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자, 전편을 아이맥스 70㎜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할리우드 영화 성공 공식'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성자는 데이먼의 대표작을 나란히 늘어놓으며 하나같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짚었다. 실제로 데이먼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 보면 이 관찰은 제법 정확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데이먼이 연기한 제임스 프랜시스 라이언 일병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제101공수사단 소속으로 적진 후방에 강하해 부대원들과 함께 랑벨의 다리를 사수하던 공수부대원이다. 네 형제 중 셋이 이미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 육군 수뇌부는 막내인 라이언만이라도 무사히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톰 행크스가 연기한 밀러 대위와 8명의 구출대를 전선으로 침투시킨다.

'본' 시리즈에서 맷 데이먼은 모든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을 맡는다. 그는 자신이 왜 살인무기로 만들어졌는지, 자신을 조종한 국가기관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진짜 누구이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집요한 추적을 이어간다.
데이먼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에서는 예기치 못한 모래폭풍으로 동료들에게 버려진 뒤 붉은 황무지 화성에 홀로 고립된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로 변신했다. 그는 산소도 물도 식량도 부족한 극한의 고독 속에서 과학적 지식과 특유의 유머를 무기 삼아 지구 귀환이라는 기적을 향해 사투를 벌인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 맷 데이먼은 희망이 사라진 얼어붙은 외행성에 홀로 남겨진 만 박사로 등장한다. 극한의 고립 속에서 그는 어떻게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본능에 사로잡힌다. 결국 생존과 귀환에 대한 집착은 그가 동료들을 속이고 희생시키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생존의 한계에 내몰린 인간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 앞에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 '오디세이'에서 데이먼은 전쟁을 끝내고도 10년을 더 떠돌며 집으로 향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데이먼이 연기한 인물이 이렇듯 '조난'을 반복하자 미국에서는 재미난 셈법이 등장했다. 한 온라인 사용자가 데이먼의 출연작 여덟 편을 놓고 극 중 인물을 실제로 구조한다면 얼마가 들지 계산한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수색대부터 '인터스텔라'와 '마션'의 우주선까지 모두 더한 결과는 9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계산은 타임과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등 여러 매체가 소개하며 널리 퍼졌다. 정작 이 영화들의 실제 제작비를 모두 합쳐도 계산된 구조 비용의 0.1%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 셈법의 묘미였다. 데이먼은 자신이 왜 이토록 자주 남겨지는지를 두고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가 쉽게 두고 떠나게 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데이먼과 함께 앤 해서웨이가 아내 페넬로페를, 톰 홀랜드가 아들 텔레마코스를 연기했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 등으로 국내에서만 3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놀런 감독의 신작이다. 머지않아 '오디세이'는 '다크 나이트'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제치고 놀런 감독의 최고 흥행작에 오를 전망이다. 스크린 속 데이먼은 이번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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