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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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평론가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를 2000년대 최고의 작품으로 기록될 영화라고 평했다. 오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호메로스 원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라고 밝혔다.

오 평론가는 잡지 아르떼에 기고한 리뷰에서 "대체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얘기를 많이 하겠으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경이로운 영화 '오디세이'는 일단, 그리고 어쨌든, 러브스토리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영화 전편에 구구절절, 심지어 신파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의 목표도 사랑이다"라며 "사랑은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오랜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놀런 역시 세상의 해법은 사랑에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 평론가는 오디세우스가 20년간 고향 이타카를 떠나 있는 동안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가 그를 기다리는 대목을 짚었다. 성안에는 구혼자 수십 명이 왕 자리를 노리고, 하녀 멜란토(미아 고스)와 밀통하며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를 죽이려는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가 압박을 가한다. 오 평론가는 페넬로페가 이를 견디며 남편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오디세우스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인물로는 님프 칼립소(샤를리즈 테론)가 꼽혔다. 칼립소는 의식을 잃고 떠밀려 온 오디세우스를 돌봐 살려낸 뒤 "당신을 돌보면서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라고 말한다. 오 평론가는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로터스(연꽃)를 먹이는 것에 대해 "기억을 잠재워서 오디세우스를 계속 붙잡아 두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정신적 상처, 곧 트로이 전쟁으로 인한 PTSD를 억제하려는 것이 애초 칼립소의 선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오 평론가는 신화와 달리 놀런의 영화에서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순순히 놓아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신은 "용서를 구해. 저항하지 마. 받아들여"라고 말한다. 바다에서 표류하다 정신을 차린 오디세우스 곁에는 여신 아테네(젠데이아)가 앉아 있다. 오 평론가는 "아테네도 오디세우스를 사랑한다. 그녀의 사랑은 측은지심이다"라며 "영화 '오디세이'는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의 연결고리 같은 내용의 작품이다"라고 했다.
오 평론가는 이 작품이 PTSD에 관한 이야기이자 "크리스토퍼 놀런은 명백히 지금의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놀런이 말하려 하는 것은 개인만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니다. 그보다는 정치적 인식에 대한 것이며 세상에 대한 깨달음에서 오는 통찰의 통각(痛覺) 같은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전쟁의 아비규환을 본 사람이 그것이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일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깨닫게 되면 결국 (마음의) 고향을 잃는 법이다"라고 했다.
걸인 차림으로 궁에 찾아간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시논이라 속이고 페넬로페에게 "오디세우스 장군께서는 이미 고향을 잃어버렸습니다"라고 말한다. 시논(엘리엇 페이지)은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옮기도록 유인한 뒤 최후를 맞은 오디세우스의 부하다. 오디세우스는 "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은 결국 시로만 남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다 잊어버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오 평론가는 원작과의 이동(異同)을 따지는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는 외눈박이 거인이 부하를 씹어먹는 장면이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하며 "영화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근간으로 크리스토퍼 놀런이 다시 쓰고 개작한 '오디세이아'다. 그러니까 이건 놀런의 창작물이지 호메로스 것의 번역물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사 구조에 대해 오 평론가는 "그 서사의 짜임새가 거의 천재적이다"라며 "크리스토퍼 놀런은 영화의 귀재가 아니라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다. 거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급이며 폴 오스터를 능가한다"고 평했다. 그는 이 작품이 "3시간 동안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사람들을 스토리의 천국으로 인도한다"고 했다.
오 평론가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존 레귀자모)와 강아지 아르고스가 무게 있게 조명됐다고 짚었다. 아르고스가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알아본 뒤 숨을 거두는 장면에 대해 그는 "이때 살짝 힘없이 꼬리가 흔들린다. 그 디테일이 좋다"고 했다. 걸인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기다 정체를 알아보는 늙은 하녀 장면을 두고는 "그런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진실로 뛰어나다. 이런 컷 하나하나가 올바로 모이고 엮일 때 걸작이 탄생한다. 영화 '오디세이'는 걸작이다"라고 적었다.
부하들이 마녀 키르케(사만다 모튼)의 고기를 먹고 돼지로 변하는 장면에 대해 오 평론가는 "인간의 연기력과 특수효과(특수분장과 기계장치)가 절묘한 합을 이룬, 그리고 그것을 상상해 낸 감독의 연출력이 최고로 구사된 압도적인 씬"이라고 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에게 "너희들, 너희 병사들은, 다 먹을 것에 미친 탐욕스러운 돼지들이잖아"라고 말한다.
주연 배우들에 대해 오 평론가는 "많은, 뛰어난 연기자들을 아우르며 자신 역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맷 데이먼은 이번 작품으로 배우 인생을 정리해도 될 만큼 정점에 올라선 모습이다. 맷 데이먼의 인생 영화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앤 해서웨이는 지고지순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를, 샤를리즈 테론은 반신반인 같은 자태를 보였고, 톰 홀랜드와 로버트 패틴슨도 각자의 역할을 해냈다고 했다.
오 평론가는 "이런 걸 두고 세기의 영화라고 부를 것이다"라며 놀런이 CGI 사용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밝힌 점을 언급했다. 그는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172분)이 오히려 모자라다, 는 느낌을 받는 것은 최근 10년간 이 영화가 거의 처음"이라며 "영화 '오디세이'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2000년대 영화 100선'에서 상위에 랭크될 것이다"라고 했다.
오 평론가는 리뷰를 다음과 같이 맺었다.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난 많은 이들이, 수많은 자기계발서에 둘러싸여 살아가다가 어느 날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윌리엄 포크너, 파블로 네루다 같은 위대한 문학을 접했을 때의 감동 같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영화다. '오디세이'는 그 간단명료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웅변의 작품이다. 감동이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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