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인문학] “단군은 신화다”…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건국 서사,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유치원생들에게 단군 신화를 역사로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민주공화국을 누가, 어떤 정신으로 세웠는지 묻는 대신, 우리는 왜 신화부터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 나라를 잃은 그날, 역사가 조작되기 시작했다

민족의 역사와 나라의 역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조선 왕국이 망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게 된 그 순간, 우리의 역사관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나라를 잃었지만 민족 정체성만은 지켜야 독립할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신채호 선생을 비롯한 선각자들은 민족 중심의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원래 조선 왕국은 중국에서 문명을 가져온 '기자'를 시조로 섬기며 매년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이 서사는 갑자기 폐기되고, 그 자리를 4천 몇백 년 전 백두산에 내려온 단군이 채웠다. 왜 하필 4천 년일까. 일본과 중국의 건국 신화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단기 연호까지 만들어 쓰며 '우리는 단군의 후손'이라는 서사를 완성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것은 역사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창작된 민족 신화다.

어쩌다인문학/단군신화와 기자조선, 그 진실

■ 인도 수학 천재가 이민 올 때, 단군을 물어볼 것인가

생각해보자. 인도 공대 출신의 수학 천재가 대한민국이 좋아서 이민을 신청한다면, 우리는 입국 심사에서 "단군 할아버지 아세요?"라고 물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냉정한 결론이다. 신화를 근대 국가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뜻이다.

■ 북한도, 조선왕조도 있는 '건국 서사'…대한민국만 없다

흥미로운 건 다른 체제들은 저마다 분명한 건국 서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왕국은 '용비어천가'를 통해 태조 이성계의 4대조 할아버지부터 이어지는 덕과 인망의 서사를 완성했다. 물론 이것도 이성계 당대가 아니라 세종대왕 시기, 즉 조선 건국 55년 뒤에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더 놀라운 건 북한이다.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일성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심지어 증조할아버지까지 독립운동가로, 제너럴셔먼호 격침의 주역으로 둔갑시켰다.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서사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떤가. 용비어천가나 김일성 일가의 서사처럼 믿기 힘든 과장과 창작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근사한 건국 서사를 쓸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어쩌다인문학/용비어천가.

■ 대한민국의 진짜 생일은 1948년이 아니라 1898년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진짜 대한민국의 기원은 언제일까. 1898년 종로에서 열린 만민공동회. 130년도 채 되지 않은 이때, 소수 지식인들이 꿈꾸고 토론하던 이야기가 수십만 조상들의 비전이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진짜 출발점이다.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신화 속 국가를 가르치느라, 정작 130년 전 종로 거리에서 시작된 진짜 건국의 드라마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 편에서는 삼족을 몰살당한 나라의 '고문'을 자처하며 돌아온 서재필의 아이러니한 선택과, 고종과의 합의가 조작된 모함 한 장으로 무너진 만민공동회의 비극적 결말을 파헤쳐본다.

※ 이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어쩌다인문학의 주대환 교수 강의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어쩌다인문학] 공식유튜브

어쩌다인문학 유튜브 채널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