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큐 중 단연 최고…극장에서 내려가기 전 반드시 봐야 할 '이 영화'

현실을 덤덤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한 편이 시선을 강하게 잡아끌 때가 있다. 지난 7월 29일 조용히 개봉해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러닝타임 101분의 이 작품은 스물네 살, 가장 눈부시게 빛나야 할 청춘에 조현병 증상을 보인 누나를 무려 20년간 집 안에 꽁꽁 격리했던 한 가족의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실제 기록이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영화는 그 어떤 허구의 연출도 철저히 배제한 채, 감독 본인의 가족이 지나온 20여 년의 세월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굳게 잠긴 자물쇠, 철저히 실패한 가족의 선택

어떻게 해야 했을까? 메인 예고편 / 엣나인필름ATNINEFILM

가장 눈부셔야 할 스물네 살, 누나에게 조현병(사고, 감정, 감각 등 인지 기능의 이상이 발생하는 정신 질환) 증세가 처음 찾아왔을 때 부모를 지배한 감정은 딸을 향한 연민보다 세상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가족이 택한 방법은 전문적인 치료가 아닌 '은폐'였다. 현관문에는 굳건한 자물쇠가 걸렸고,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비좁은 집 안에서 가족들은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철저히 대화를 단절한 채 각자의 고통을 방치했다.

카메라를 든 남동생(감독)은 핑계 대며 방어하려 들지 않는다. 닫힌 문 뒤에 누나를 방치한 부모의 무지와 외면,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무력한 자기 자신을 향해 렌즈를 들이댄다.

잃어버린 골든타임, 그리고 날 선 자기반성

이 다큐멘터리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은, 꽁꽁 숨기고 싶은 가족의 치부를 낱낱이 해부하는 시선에 있다. 영화는 가족이 어리석게 날려버린 치료의 골든타임을 하나하나 되짚는다.

1992년 대학생이었던 감독이 학생 상담실을 통해 누나를 위한 가족 요법을 권유받았음에도 아버지가 이를 단호히 거부했던 일화는 보는 이의 탄식을 자아낸다. 만약 그때 제때 의료 조치를 받았더라면, 혹은 1996년 일본에서 이미 허가받았던 약물을 처방받았더라면 어땠을까. 결국 누나는 12년이나 늦은 2008년에야 그 약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영화는 질병 자체가 주는 고통보다, 치부를 억지로 숨기려 했던 가족의 선택이 얼마나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는지 보여준다.

용기 있는 고백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토모야키 감독 / 엣나인필름ATNINEFILM

자기 가족의 어두운 민낯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엄청난 윤리적 딜레마를 동반하는 일이다. 96세의 늙은 아버지에게 촬영 허가를 구하며 감독은 왜 굳이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을까.

상처와 치부를 억지로 숨기고 덮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나쁘고 어리석은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아픔을 겪을 수많은 이들이, 부디 자신의 가족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지 말고 하루빨리 밖으로 나와 연대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길 바라는 간절하고도 처절한 당부인 셈이다.

이 서늘한 고백을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

개봉 이후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다큐멘터리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수작이라는 뜨거운 찬사를 연일 이끌어내고 있다. 주요 유튜브 영화 리뷰 채널과 평단에서도 이 작품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상영관을 나선 관객들은 비극적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치료와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활발하게 이야기한다.

매주 쏟아지는 자극적인 팝콘 무비와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에 조금 물렸다면, 이번 주말에는 이 기막히고 용기 있는 실화 다큐멘터리에 101분을 투자해 보자. 결코 가볍게 휘발되지 않을, 아주 단단하고 흥미로운 관람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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