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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과 짙어진 초록, 바다와 휴양지, 방학과 첫사랑. 여름은 영화에서 유독 특별한 계절로 그려진다. 때로는 한여름의 열기 자체가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때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오래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는 배경이 된다.
특히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계절이 지나간 뒤에도 묘한 향수를 남긴다. 홍콩의 습한 밤거리부터 그리스의 푸른 바다, 일본의 여름방학, 오래된 양옥집의 뜨거운 오후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담아낸 작품 5편을 소개한다.
1994년 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은 여름 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영화는 1994년 홍콩을 배경으로 두 개의 독립적인 사랑 이야기를 엮는다.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경찰 223은 우연히 금발머리의 여인을 만나고, 또 다른 경찰 663은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물건을 바꾸는 단골집 점원 페이와 가까워진다.

임청하, 금성무, 양조위, 왕페이가 주요 배역을 맡았다. 특히 양조위와 왕페이의 독특한 호흡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왕가위 특유의 흔들리는 카메라와 강렬한 색감, 좁은 골목과 상점, 밤거리의 네온사인이 홍콩의 습하고 뜨거운 여름밤을 그대로 전달한다.
왕가위는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일대종사’ 등을 연출했다. 특히 ‘해피투게더’로 제50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 잡았으며 '화양연화'는 그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중경삼림’ 역시 작품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배우와 음악, 영상미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1995년 개봉했으며 여러 차례 재개봉을 거치며 전 세대가 사랑하는 홍콩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우연히 스쳐간 사람과의 만남으로 사랑의 시작과 끝을 담았다는 점에서 지금도 사랑 받는 작품이다. "만년 동안 사랑해"라는 명대사는 이를 상징한다. 여름밤 혼자 걷는 홍콩의 풍경을 영화로 옮긴 듯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2006년 일본에서 공개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개봉했다. 영화는 평범한 고등학생 곤노 마코토가 어느 날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코토는 타임리프 능력을 이용해 지각이나 시험 같은 사소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친구 치아키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면서 관계가 달라지고, 자신의 선택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카 리이사, 이시다 타쿠야, 이타쿠라 미츠타카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용과 주근깨 공주’ 등을 연출한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신카이 마코토와 함께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도 불릴 정도로 위상 있는 인물이다.
작품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호소다 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작이 됐다. 국내에서는 오는 9월 또다시 재개봉을 앞두고 있어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영화는 여름방학과 학교 운동장, 자전거, 푸른 하늘은 청춘의 한 시절을 그대로 붙잡아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원작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동명 소설이지만, 영화는 원작의 주인공 이후 세대인 마코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특징이다.
티빙,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시청 가능하다.
2008년 개봉한 ‘맘마미아!’는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영화다. 그리스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결혼을 앞둔 소피가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남자를 찾아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메릴 스트립, 아만다 사이프리드,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출연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도나는 영화의 중심을 잡으며, ABBA의 명곡들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연출은 필리다 로이드 감독이 맡았다. 로이드는 영화 ‘맘마미아!’, ‘철의 여인’, ‘허셀프’ 등을 연출했다. 특히 ‘철의 여인’에서는 메릴 스트립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맘마미아!’는 국내에서 2008년 9월 개봉해 약 45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장기 흥행했다. 또한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제62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음악상 등에 후보로 올랐다.
푸른 바다와 하얀 건물, 뜨거운 햇살 속에서 펼쳐지는 춤과 노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가장 낭만적으로 소비한다. 휴가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엄마와 딸, 사랑과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애플TV에서 시청 가능하다.
‘남매의 여름밤’은 앞선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담아낸 윤단비 감독의 2019년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방학을 맞아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여기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까지 합류하면서 한 가족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여름이 펼쳐진다.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 등이 출연했다. 특히 최정운이 사춘기 소녀 옥주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윤단비 감독은 해당 영화로 단숨에 독립 영화계 스타로 올라섰다. 고거에 대한 향수와 여릿한 감정선을 잘 묘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작품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 넷팩상, KTH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감독상을 받았으며 제20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비전상,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오래된 집과 가족이라는 공간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끌어낸다.
무더운 오후의 매미 소리, 낡은 집의 공기, 가족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 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여름의 감각을 전달한다. 영화가 끝난 뒤 자신의 어린 시절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티빙, 왓챠, 웨이브, 애플TV에서 시청 가능하다.
2022년 개봉한 일본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제목 그대로 여름과 청춘, 영화를 한데 묶은 작품이다.

시대극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맨발은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의 작품이 탈락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친구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와 함께 팀을 꾸리고, 우연히 만난 미래에서 온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여름이 시작된다.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등이 출연했다. 연출은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이 맡았다.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 영화이다. 그는 드라마와 광고,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던 젊은 영상 크리에이터 출신이다.
마츠모토 감독은 ‘썸머 필름을 타고!’로 제31회 일본 프로페셔널 대상 신인 감독상과 제13회 타마영화상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제33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도 작품이 상영되며 주목 받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사랑과 청춘의 에너지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한여름의 교정과 자전거, 직접 만든 영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청춘의 순간을 상징한다.
웨이브,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다섯 작품은 모두 여름을 담고 있지만 방식은 제각각이다. 여름 영화의 매력은 계절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뜨거운 계절에만 가능한 만남과 이별, 여행과 성장, 가족과 우정의 순간을 기록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여름이 지나고 다시 영화를 찾았을 때도 화면 속 햇빛과 바람, 매미 소리만으로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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