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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신작 영화 ‘가능한 사랑’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굵직한 성과를 잇달아 거두고 있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과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국내 관객과 만나기 전부터 해외 주요 영화제와 오스카 레이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5일 ‘가능한 사랑’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제장편영화 부문은 미국 이외 국가에서 제작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각 나라가 한 편의 영화를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심사를 통해 출품작을 결정한다.
‘가능한 사랑’은 작품 완성도와 감독의 메시지, 미장센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과 섬세한 연출을 비롯해 인물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밀도 있게 풀어낸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작 ‘버닝’이 한국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오른 이력과 북미 지역에서 쌓인 관심도 선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오스카 최종 후보 진출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국제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비 후보 여부는 올해 말 결정되며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내년 3월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가능한 사랑’이 오스카 본선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관심은 이미 확인됐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열리는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처음 관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것은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이어 한국 영화가 2년 연속 베니스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가능한 사랑’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이창동 감독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에버트 감독상을 받으며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해당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예르모 델 토로, 마이크 리, 샘 멘데스, 드니 빌뇌브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수상한 상이라는 점도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뉴욕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베니스와 토론토에 이어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에도 ‘가능한 사랑’이 이름을 올리면서 주요 영화제를 잇달아 찾게 됐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 일정이 먼저 진행되는 만큼 현지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영화는 두 부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다. 타인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만남에서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가 숨겨온 욕망과 관계의 균열이 서서히 드러난다.

지난 2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 여러 내용이 들어있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게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소개하며 제목의 의미에 대해 “사랑 이야기에서 사랑이 너무 쉽게 이뤄지면 이야기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기에 사랑 이야기는 불가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이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배우진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해고 노동자 부부로 등장하고 조인성과 조여정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전도연은 해고 노동자의 아내 '미옥'을 연기한다. 밝은 미소 뒤에 복잡한 감정을 품은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설경구는 잃어버린 일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해고 노동자 '호석' 역을 맡았다. 전도연과는 '생일' 이후 다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춘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은 조여정이 맡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다시 한번 국제 무대를 겨냥한 작품에 출연한다.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로 분한다. 최근 '밀수', '무빙', '호프'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한층 현실적인 인물을 보여줄 예정이다.
설경구와 이창동 감독의 재회도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과 ‘오아시스’(2002)에 출연했던 배우로, 이번 작품을 통해 23년 만에 다시 함께하게 됐다.
전도연 역시 이창동 감독과 인연이 깊다. 그는 ‘밀양’(2007)으로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약 19년 만에 다시 이창동 감독과 작업하게 됐다.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시’가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은 국제 영화계에서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전도연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감독님을 다시 뵀을 때 '밀양'이 마치 엊그제 같았다. 시간이 그만큼 지난지 모르겠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설경구는 “시나리오를 딱 읽고 '박하사탕' 때와 같은 긴장감이 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전했다.
두 배우는 이전에도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에서 처음 만났고, 이후 ‘생일’(2019)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에서도 함께 출연했다.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처음 출연한다. 조인성은 “감독님 작품을 워낙 좋아했고, 감독님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함께 작업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연기했다”, 조여정은 “현장에서 ‘예지’로서 존재하고자 노력했다. 촬영을 하면서 1분 1초가 지나가는 게 아깝고 소중했다”라고 전했다.

제작 방식도 기존 이창동 감독의 작품과 차별화된다.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글로벌 OTT를 통해 제작·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공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오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극장 개봉과 글로벌 스트리밍 공개를 함께 진행하는 만큼 해외 영화제에서 먼저 형성된 관심이 국내 관객과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에게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개봉 전부터 베니스 경쟁 부문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된 데 이어 한국의 오스카 출품작으로도 선정되면서 ‘가능한 사랑’을 둘러싼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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