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루키 소설 펴내는 유명 출판사, 수백억원에 다른 곳에 팔리나

단행본 출판 국내 매출 1위 출판사 문학동네의 최대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을 비롯해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잇달아 펴내며 국내 문학 출판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온 회사다.

소설가 한강(왼쪽)과 무라카미 하루키. / 연합뉴스

문학동네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병선 전 문학동네 대표가 본인 전체 지분 41.5%(지난해 말 기준)의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고 한국경제가 단독 보도했다. 이미 2곳이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각 가격은 수백억원대가 거론된다.

문학동네는 단행본 기준 국내 매출 1위 출판사다. 지난해 매출 369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거뒀다. 2위인 창비 매출(360억원)을 소폭 앞섰다. 인기 작품이 많고 작가들과의 관계가 탄탄한 출판사로 꼽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가호’도 문학동네가 펴내기로 했다. 교유서가, 글항아리 등 브랜드를 통해 인문·교양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문학동네는 강 전 대표가 1993년 설립한 회사다. 1982년 시인으로 등단한 강 전 대표는 1988년 출판사 푸른숲을 세웠다. 1991년 푸른숲을 정리한 뒤 1993년 문학동네를 차렸다. 창립 당시 주간이었던 강 전 대표는 1995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년간 회사를 운영했다.

강 전 대표는 2015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문학동네는 창비,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이른바 '문학 권력'으로 지목돼 비판을 받았다. 강 전 대표는 창간 원년 편집위원들과 함께 물러났다. 새 대표에는 염현숙 당시 편집이사가 올랐다. 대표직에서 내려온 강 전 대표는 이후 해외에 주로 머물러 왔다.

강 전 대표가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출판업계의 지속된 불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의 지난해 매출은 2024년(463억원)보다 20.43% 줄었다. 강 전 대표는 오랫동안 출판업에 회의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부터 프랜차이즈 커피숍 브랜드 '카페꼼마'를 적극적으로 키워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매체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매각 성사 가능성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1위 출판사의 이름값을 앞세우더라도 히트작을 내기 어려울 만큼 업황이 나쁘다. 지분 구조도 인수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소설가 한강. / 연합뉴스

문학동네는 설립 때부터 강 전 대표와 편집위원 등이 지분을 나눠 보유해 왔다. 편집위원과 작가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51.8%에 이른다. 강 전 대표 지분을 사들이더라도 다른 주주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경영권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

임직원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주요 작가들과 인연을 맺어온 편집자들의 영향력이 커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출판업은 실무진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임직원들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각설에 출판업계는 동요하고 있다. 한 출판회사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학 출판의 핵심 역할을 하는 문학동네의 창립자 경영권까지 매각되면 국내 문학 출판의 상징성에 타격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문학동네 경영진에 최대주주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학동네는 1994년 계간 문예지 '문학동네'를 창간하며 신인 작가 발굴과 문학 출판에 힘써 왔다. 젊은작가상, 문학동네소설상 등 문학상을 운영하며 신진 작가를 배출했다. 파울로 코엘료 작품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등을 통해 해외 문학 소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학동네어린이 브랜드로 동화와 그림책 등 아동서 출판도 함께 해왔다.

문학동네가 펴내기로 한 하루키의 ‘가호’는 다음달 한국어판으로 나올 예정이다. 하루키가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장편소설이다. 그림책 작가인 26세 여성 가호의 성장과 회복을 그렸다. 2023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하루키의 16번째 장편소설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출간돼 발매 나흘 만에 누적 발행 부수 30만부를 기록했다. 문학동네는 2009년 ‘1Q84’를 시작으로 20여 종의 하루키 저작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문학동네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 온 출판사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 잡았다. 문학동네는 한강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 주요 문학 작가들의 신작과 대표작을 꾸준히 선보이며 문학 출판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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