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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 마니아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2)이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영국 그라모폰상 최종 후보에 다시 올라서다. 2년 전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거머쥔 데 이어 세계 정상급 연주자도 평생 한 번 오르기 힘든 무대에 재입성한 것은 클래식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식이다.

그라모폰상은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매된 클래식 음반을 심사해 부문별로 단 석 장의 최종 후보만 가린다. 상당수 연주자가 평생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임윤찬은 2024년 피아노 부문에서 '쇼팽: 에튀드'와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두 앨범을 동시에 최종 후보 3장 안에 올렸다. 한 연주자가 같은 해 같은 부문에서 앨범 두 장을 최종 후보에 올린 것은 그라모폰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라모폰 측은 두 앨범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 한 표 차이로 1·2위에 나란히 자리했다고 밝혔다. 최종 수상작은 '쇼팽: 에튀드'. 한 표 차이로 밀린 '초절기교'는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준결승 실황을 담은 라이브 음반이었다. 만 18세에 콩쿠르 무대에서 연주한 기록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최종 후보에 오른 셈이다. 임윤찬은 그해 피아노 부문상과 함께 '올해의 영 아티스트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팀 패리 인터내셔널피아노 편집장은 당시 시상 소감에서 임윤찬의 연주가 기교에 그치지 않고 느린 연습곡에서 시적인 정서와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력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앨범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이 음반은 지난 2월 데카 클래식에서 발매됐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연주자의 기교와 구조적·정서적 해석을 함께 시험하는 곡이다. 어떤 피아니스트에게든 정복해야 할 정상으로 꼽힌다. 임윤찬의 앨범은 지난해 4월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매진 공연의 실황을 그대로 담았다. 스튜디오에서 여러 차례 고쳐 녹음한 결과물이 아니라 청중 앞에서 단 한 번 연주한 실황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같은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는 다닐 트리포노프, 그리고 베르트랑 샤마유·레이프 오베 안스네스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다음달 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드 비어 그랜드 코노트 룸스에서 열린다.
임윤찬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발매 이후 차트에서도 눈에 띄는 기록을 냈다. 애플뮤직 클래식 차트에서 15주 동안 1위를 기록했고 빌보드 정통 클래식 차트에서는 3위에 올랐다. 영국 오피셜 차트 통합 클래식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임윤찬은 여덟 살 때 글렌 굴드의 음반 전집을 통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곡을 아리아에서 눈을 처음 뜨는 순간부터 30개의 변주를 거쳐 마지막 아리아에서 눈을 감기까지 삶의 여정을 음악으로 옮긴 작품으로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70년 전 22세의 글렌 굴드는 카네기홀에서 몇 블록 떨어진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 같은 곡을 녹음해 전설로 남았다. 데카 클래식은 임윤찬의 실황을 그 계보를 잇는 기록으로 소개했다.
카네기홀 실황은 발매 전부터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카네기홀 공연 실황을 두고 임윤찬이 바흐의 여정을 한 청년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뉴욕클래시컬리뷰는 공연이 끝난 뒤 5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전하며, 그를 사물의 이치를 파고드는 호기심과 바람처럼 연주하는 능력을 지닌 신예로 소개했다. 씬앤허드 인터내셔널은 지성과 감성이 하나로 짜인, 맑고 탐구적이며 깊이 인간적인 연주였다고 적었다. 더 클래식 리뷰는 무수히 많은 골드베르크 녹음 가운데서도 개성과 피아니즘, 자연스러운 서사로 제자리를 얻은 음반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골드베르크 연주가 지적인 정밀함과 바로크적 우아함, 표현의 균형, 기교적 화려함을 갖췄다고 했다. 가디언은 젊은 활력과 해석의 성숙함을 함께 지녔다고 평가했다.

임윤찬은 경기 시흥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이후 스승인 손민수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를 만나 지금까지 사사하고 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만 18세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700만 회를 넘겨 이 곡 연주 영상 가운데 가장 많이 재생된 기록으로 남아 있다. 마린 알솝 지휘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그의 연주가 젊은 연주자가 아니라 오래된 영혼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클라이브 길린슨 카네기홀 총감독은 콩쿠르 우승 직후 그에게 카네기홀 메인홀 독주회를 제안한 것을 기획팀의 가장 쉬운 결정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데뷔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는 한국에서 쿼드러플 플래티넘(4배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이 앨범으로 지난해 2025년 BBC뮤직매거진 어워즈에서 '올해의 음반상'과 신인상, 기악상까지 세 개 부문을 휩쓸었다. 샬럿 스미스 BBC뮤직매거진 편집장은 20년 시상식 역사에서 한 연주자가 단일 앨범으로 상 세 개를 가져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같은 앨범은 프랑스 디아파종 황금상(디아파종 도르)도 받았다. 독일 오푸스 클라시크의 '올해의 기악 연주자'에도 지난 6월 이름을 올렸다. 2024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가진 BBC 프롬스 데뷔 무대는 그해 어떤 공연보다 빠르게 매진됐다.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반응도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골드베르크 앨범 역시 스튜디오가 아닌 카네기홀 실황이라는 점을 짚으며 한 번의 연주를 담은 음반으로 이런 성과를 낸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라모폰상은 실내악과 성악, 협주곡, 기악, 피아노 등 부문별로 한 해 동안 발매된 음반을 심사한다. 부문별 수상작과 '올해의 음반', 특별상 수상자는 다음달 7일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임윤찬이 2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품을지는 이날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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