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석 '매진'시키더니… 또 한 번 돌풍 예고한 한국 영화

연상호 감독이 또 한 번 저예산 영화라는 독특한 도전 과제를 완성도 높은 스릴러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화 '실낙원' / CJ ENM

18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영화 '실낙원'의 제작보고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연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해 취재진을 만나 작품의 기획 의도부터 해외 영화제 반응,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9년 만에 돌아온 아들과 서늘한 비밀… 해외에서 먼저 입증된 몰입감

영화 '실낙원'은 9년 전 발생한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절망 속에 살아가던 엄마 류소영에게 이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아들의 생환이라는 기적 뒤에 숨겨진 서늘한 진실과 인물들 간의 세밀한 심리 변화를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영화 '실낙원' 공식 포스터 / CJ ENM

개봉 전부터 해외 반응은 뜨거웠다. '실낙원'은 최근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4회차에서 약 2300석에 달하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 관객과 평단의 매서운 주목을 받았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김현주는 당시 현장 분위기에 대해 "관객분들이 상영 내내 미동도 없이 보시길래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관객분들이 영화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고 계셨던 것이었다"라며 "영화가 끝난 후 아주 큰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그 순간 저희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깊은 감사를 느꼈다"라고 소회를 전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대폭 끌어올렸다.

"어머니 연습장 속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연 감독이 밝힌 제작 비하인드

앞서 연 감독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얼굴'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묵직한 서사를 다뤘다면 이번 신작 '실낙원'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해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 CJ ENM

연 감독은 두 작품의 가장 큰 연결 고리로 '저예산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두 작품의 공통된 연결 지점은 모두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전작인 '얼굴'을 단 13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는데 이번 '실낙원'은 예산을 조금 더 써서 14회차로 촬영을 진행했다"라고 밝혀 한정된 회차와 예산 안에서 밀도 높은 연출을 완성해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실낙원'의 원안이 연 감독 어머니의 글에서 출발했다는 이색적인 비하인드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연 감독은 "저희 어머니가 저를 유독 많이 아끼시고 오냐오냐 키우셨다. 어느 정도였냐면 과거 '군체' 개봉 당시 메이킹 예고편을 보신 어머니가 직접 전화를 주셔서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며 '네가 현장에서 그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라는 일화를 소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어느 명절에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에 들렀다가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어두신 짧은 이야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그것이 바로 영화 '실낙원'의 원안이었다. 그 내용을 읽고 감명을 받아 내가 어머니로부터 그 글을 직접 샀다"라고 고백했다.

'전국구 스타'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주연 배우 김현주

이번 작품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되찾은 엄마 류소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은 배우 김현주는 데뷔 이래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온 베테랑 배우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공식 스틸컷 / CJ ENM

김현주는 1996년 가수 김현철의 5집 타이틀곡 '일생을'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연예계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그를 명실상부한 주연급 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은 1998년 방영된 SBS 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였다. 당대 최고 CF퀸이었던 배우 김지호의 여동생 역할로 출연한 김현주는 주연 못지않은 강렬한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1998년 MBC 일요아침드라마 '사랑밖엔 난 몰라'에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2년간 활약함과 동시에 '사랑해 사랑해'의 연속 흥행으로 그해 MBC와 SBS 연기대상에서 동시에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김현주의 연기 변신은 계속됐다. 2007년 11월 정유경 작가와 표민수 PD가 의기투합한 KBS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로 복귀한 그는 주변인들의 격려와 극 중 박인순이 처한 상황에 깊이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김현주는 이 작품을 통해 '스타 김현주'를 넘어 '진정한 배우 김현주'로 재탄생했다는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그해 연기대상에서 생애 첫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09년 KBS 2TV 수목드라마 '파트너'에서 호연을 펼친 이후 개인적인 아픔과 악재로 2년의 공백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주인공 한정원 역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후 연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를 비롯해 다채로운 장르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김현주는 이번 '실낙원'을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 넘나드는 '연상호 세계관'

한편, 연출을 맡은 연 감독의 독특한 필모그래피 역시 이번 저예산 스릴러 '실낙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주요 요소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배현성 / CJ ENM

원래 저예산 애니메이션 연출가로 이름을 알렸던 연 감독은 2015년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제작하던 중, 세계관을 공유하는 100억 원대 대형 실사 영화 '부산행'의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던 좀비 상업 블록버스터라는 점 때문에 초기에는 우려와 의심의 시선도 존재했으나 '부산행'은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 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물론 대만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며 연 감독을 대중적 스타 감독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후 2018년 영화 '염력', 2020년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반도'(칸 영화제 공식 초청), 2023년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자 김현주 주연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 2025년 3월 공개된 알폰소 쿠아론 총괄프로듀서 참여작 '계시록'까지 대형 자본이 투입된 굵직한 상업 작품과 SF 장르 도전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대작 영화들 이후 연 감독은 거대 자본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저예산 독립영화 작업으로 눈을 돌렸다. 2024년 배우 권해효, 박정민 주연의 영화 '얼굴'을 사비를 들여 제작(순제작비 약 2억 원, 13회차 촬영)하며 한정된 예산 속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연출력을 십분 발휘해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실낙원' 역시 14회차라는 콤팩트한 저예산 시스템 안에서 밀도 높게 완성된 작품이다. 대형 블록버스터에서 쌓은 독창적인 연출 노하우와 저예산 영화 특유의 과감하고 날카로운 서사가 결합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을 극장가 최고의 심리 스릴러 '실낙원'은 다음 달 전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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