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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혹평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 직후 흥행 1위에 올랐지만 정치권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잇따라 비판에 나서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진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뭔가 했네…"라는 짧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게시글에는 영화 제목이 직접 등장하지 않았지만,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암살자(들)'을 겨냥한 평가로 받아들여졌다.
진 교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음모론이라고 언급하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뻔데기 아이큐 수준의 허접한 음모론 시나리오 들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급 배우들을 줄줄이 섭외한 감독의 능력에 찬사를…"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냥 배우들이 똥 밟은 사건으로 이해하렵니다"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정치 현안 평론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졌지만 문화예술과 영화 비평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쏜 총에 육영수 여사가 숨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상상력을 통해 이 사건에서 남아 있는 의문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저격 사건의 실체를 뒤쫓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등을 만든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배우 유해진이 형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이민호가 신입 기자 역으로 출연했다. 제작사는 '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3) 등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선보여온 하이브미디어코프다.
시작 당시 흥행 성적은 좋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추석 연휴 기간(24~27일)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다만 28일에는 하루 6만 7406명을 모아 6만8913명을 동원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섰다.
논란은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기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에서 비롯됐다. 영화는 배후를 명확히 지목하지 않지만, 문세광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당시 수사 당국의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영화를 두고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역사를 왜곡하고 고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킬 선이 있다"며 "이번 '암살자(들)'은 명백하게 그 선을 넘었고,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장동혁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은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며 "그런데도 좌파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고도 꼬집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28일 입장문을 냈다. 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긴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는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보수 성향 누리꾼을 중심으로 관람 거부를 독려하는 등 논란이 극장 밖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제작진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기록과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살핀 뒤 실존 인물과 사건에 가상의 인물·상황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제작진은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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