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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의 대표작이자 199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거짓말’이 27년 만에 검열의 흔적을 지운 ‘무삭제 완전판’으로 돌아온다.

영화 수입·배급사 측에 따르면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이 오는 11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이번 상영본은 단 한 장면의 삭제도 없이 112분 원본 그대로를 담은 버전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4K 디지털로 복원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해외 배급용 판본이다. 앞서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해당 4K 복원본을 활용한 블루레이가 출시된 바 있으나 국내 극장에서 112분 원본 풀버전이 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 확정과 함께 공개된 1차 포스터 역시 작품이 지나온 검열과 논란의 역사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포스터에는 “베니스가 상찬하고 한국이 봉인했던 27년”, “가위질 한 번 없는 112분”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 한국 영화사상 가장 뜨거웠던 ‘표현의 자유’ 논쟁 중심에 섰던 작품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장정일 작가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원작으로 한 영화 ‘거짓말’은 기획 단계부터 개봉 이후까지 표현의 자유와 음란성, 성적 수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직격으로 집대성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 역시 1996년 출간 직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작가 장정일이 음란문서 제조 및 반포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는 등 극심한 법적 공방을 겪은 바 있다.

영화화 과정과 개봉 역시 평탄하지 않았다. 1999년 7월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영화등급보류소위원회를 통해 첫 등급 보류 결정을 내렸다. 제작사인 신씨네 측은 즉각 재심을 신청했으나 그해 8월 재차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고 11월 3차 판단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영화의 예술성과 외설성을 둘러싼 공방이 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사이 시중에 복제 비디오와 CD 형태의 불법 유출본이 유포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결국 제작사는 영등위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 일부 파격적인 장면을 수정한 편집본을 제출했고 영등위는 등급 보류 시한 만료 직전인 12월 영화상영등급분류소위원회를 통해 ‘18세 미만 관람불가’(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부여했다. 영화는 2000년 1월이 돼서야 비로소 가위질당한 채 극장에 내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극장 개봉 후에도 법적·사회적 칼날은 거둬지지 않았다. 2000년 1월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이하 음대협)는 제작사 신씨네와 서울 단성사 등 전국 100여 개 개봉관 극장주들을 음화 반포 및 배포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어 2월에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R)에 영화의 원본 CD를 전달하며 국제적 이슈로 확산시켰다.
같은 해 5월 유엔 인권위원회가 해당 작품을 ‘아동 포르노물’로 규정하며 상영 중단 및 대책 마련을 권고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서울지검은 영화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음대협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으나 2001년 최종 기각되며 법적 공방은 마무리되었다.
이런 수난과 논란 속에서도 ‘거짓말’은 개봉 당시 서울 관객 기준 31만 명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크게 흥행했다. 흥행 참패가 드문 장 감독의 스타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세기말 한국 사회의 검열 체계와 표현의 한계선을 크게 휘저어 놓은 사건으로 기록됐다. 실제로 ‘거짓말’ 논란 이후 제작된 한국 영화들은 성적 표현 수위 제한의 틀을 깨고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고 자유로운 묘사를 시도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 ‘거짓말’은 서른여덟의 슬럼프에 빠진 조각가 ‘제이’와 열여덟 살의 고교 3학년생 ‘와이’의 일탈적이고 기이한 애증 관계를 다룬다.

전에는 촉망받는 조각가였으나 현재는 작품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방황하는 제이. 시골 중소도시의 고교생인 와이는 전교 상위권이던 친구 ‘우리’가 갑자기 공부를 놓은 채 가방에 제이의 조각 작품집만 넣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와이는 제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친구를 소개해주려 하지만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제이의 목소리에 스스로 매료되고 만다.
이후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전화 통화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와이는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제이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다. 첫 번째 만남에서 어색함도 잠시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처럼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의 사랑은 격렬하게 피어오른다.
이들의 기묘한 밀회는 와이의 오빠가 관계를 알게 되면서 파국을 맞이한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후 제이는 관계를 정리하고 파리에 있는 아내에게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와이가 곡괭이 자루 하나만을 손에 든 채 브라질로 이민을 가기 직전 제이를 찾아온다. 아침 식사도, 한 잔의 차도 나누지 않은 채 와이는 다음 날 일찍 떠나버리고 제이의 아내는 제이의 허벅지에 적힌 ‘내님’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제이는 다시 거짓말을 시작한다.
영화 ‘거짓말’은 개봉 당시 성적인 자극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대중에게 큰 충격과 당혹감을 안겼다. 배우들의 무미건조하고 국어책을 읽는 듯한 어색한 대사 처리, 고통과 가혹행위에 집중된 묘사 때문이었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성적 자학·가학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으나 대중적 에로 영화와는 철저히 거리를 뒀다.
미학적으로도 ‘거짓말’은 당시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실험작이었다. 세트나 인공 조명을 배제하고 로케이션 촬영 위주로 진행됐으며 전편에 걸쳐 들고 찍기(핸드헬드)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세계 영화계를 풍미했던 ‘도그마 95’ 사조의 영향과 맞닿아 있다.
비전문 배우의 생경한 연기, 원작 소설에 존재하던 내면의 심리 묘사를 의도적으로 덜어낸 건조한 구성,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구조 등은 프랑스 누벨바그와 네오리얼리즘의 형식을 연상시킨다. 때문에 개봉 당시 대중으로부터는 ‘괴작’이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으나 평단에서는 높은 미학적 평가를 받았다.
1999년 제5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기염을 토했으며 일본의 거장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본작에 대해 "동시대적인 생생함이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나는 명작"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의 극장 개봉은 단순한 재개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99년 제5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영등위의 거듭된 등급 보류와 검열에 가위질당한 채 관객과 만나야 했던 비운의 잔혹사를 비로소 청산하게 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표현의 자유, 예술과 외설의 경계, 국가 검열의 정당성을 두고 한국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궜던 논란의 중심작은, 2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26년 현재의 관객들에게 온전한 112분 원본 형태로서 다시 평가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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