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콜라까지 준비해 암살자(들) 보려다 취소한 120명 '정체'가 놀랍다

국가보훈부 산하 경기북부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제대군인 주간을 맞아 제대군인과 가족에게 무료로 보여주려던 영화 ‘암살자(들)’을 다른 작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29일 조선비즈가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경기북부 제대군인지원센터는 29일 홈페이지에 ‘제15회 제대군인 주간 기념 영화 관람 안내’ 공지를 올리고 상영 작품을 현재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공지에는 ‘암살자(들)’이 관람 작품으로 안내됐지만 이날 공지에서는 상영 작품이 ‘미정’으로 바뀌었다. 국가보훈부도 영화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점을 고려해 다른 작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 예고편 / 유튜브 'hivemedia_corp'

당초 센터는 제대군인 주간인 10월 6일부터 8일까지를 기념해 무료 영화 관람 행사를 준비했다. 제대군인과 제대 예정자, 가족 등을 대상으로 선착순 120명을 모집해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팝콘과 음료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었다. 행사는 제대군인의 헌신에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가족과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안내됐다. 실제 관람 일정은 10월 14일로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영작이 알려진 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됐다. 비판의 핵심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국가보훈부 산하 기관의 제대군인 기념 행사에 적절한지 여부였다. 일부에서는 영화가 실제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영작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날 상영작을 ‘미정’으로 변경했다. 센터 관계자는 영화 관람 일정을 다시 잡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변경 이유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국가보훈부는 개봉 전인 21일 행사와 관련한 공지가 이뤄졌으며, 논란이 발생한 뒤 다른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 영화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기록영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극영화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당시 사건에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은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총탄에 맞은 육영수 여사가 숨졌다. 당시 수사 당국은 문세광의 범행을 북한 및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와 연관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영화는 이 사건을 소재로 형사와 기자 등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공식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극적 장치로 다룬다.

영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은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비판하는 측에서는 영화가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사건에 당시 권력기관 등이 관여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영화 제목이 ‘암살자’가 아닌 ‘암살자(들)’인 점도 이러한 해석의 근거로 거론됐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은 영화를 비판하는 측의 주장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역사왜곡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제작진은 28일 입장문에서 영화가 1974년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조사하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밝혔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영화 '암살자(들)' 예고편 / 유튜브 'hivemedia_corp'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영화의 단체 관람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국가보훈부 산하 기관에만 나온 것은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은 28일 경남 진주의 한 영화관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암살자(들)’ 단체 관람을 진행했다. 두 기관은 강제 관람이 아니라 희망자를 받아 진행한 사내 문화 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행사에는 영화관 대관료를 외부 금융회사가 부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알려졌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시험을 마친 뒤 학생들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는 과정에서 ‘암살자(들)’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온라인에 알려지면서 찬반 의견이 오갔다. 일부 온라인 이용자는 학교에 민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학생은 학생들이 직접 투표해 영화를 선택했으며 교사의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온라인에서 제기된 주장과 반박이 맞선 사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영화 제작진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도 시작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에 있었거나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관객에게 인식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고발이 접수된 단계이며 수사 결과나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영화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며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제작진은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작품이 아니며 특정 인물을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영화를 두고 실제 사건에 대한 해석과 영화적 표현의 범위를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쟁과 별개로 ‘암살자(들)’은 개봉 직후 상당한 관객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9월 23일 개봉한 뒤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111만9154명을 동원했다. 27일까지 누적 관객은 156만6220명으로 집계됐다.

9월 28일에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밀려 개봉 이후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2위가 됐다. 이날 하루 관객은 약 6만7000명, 매출액 점유율은 26.8%로 집계됐다. 개봉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준 날에도 누적 관객은 160만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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