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이렇게까지 폄하되다니...빨갱이란 말 속상”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까지 폄하될 줄은 몰랐다”며 작품과 배우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허 감독은 30일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이렇게 폄하될 줄은 몰랐고 배우들도 지금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도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이렇게까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프레임을 씌우니까 속상하다”며 최근 영화에 제기된 여러 주장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하나로 묶어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감독은 “지금 (기사) 타이틀은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북한 영화를 따라 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이걸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세 개가 다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감독 허진호 / 뉴스1

그가 가장 강하게 선을 그은 부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허 감독은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사건의 직접적인 배후로 설정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감독은 “박정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며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을 가지고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가 시켰다고 해놓고 거기서 자기가 총을 맞는 것을 넣기엔 개연성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모순되고 개연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 감독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영화에서 다룬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했다. 영화적 설정이 아무런 자료 없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당시 사건과 관련해 공개된 기록과 증언,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제작 과정에서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문세광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다는 내용과 사건 직후 중앙정보부 관계자들이 움직였다는 증언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보부 내부 혹은 당시 6국에서 뭔가가 있었다는 그런 풍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중정이 개입됐다는 것은 기존 인터뷰들만 봐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허 감독이 말한 ‘개입 가능성’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참고한 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한 영화적 가정에 대한 설명이다. 실제 역사적 사실로 확정된 내용과 영화 속 설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당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육 여사가 피격돼 숨졌다.

영화 '암살자(들)' 배우들 / 뉴스1

영화는 이 사건 자체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배후 가능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개봉 이후 문제가 된 부분은 영화 속 일부 인물들이 당시 사건에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장면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권과 관련 단체에서는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특정한 배후설을 제시했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중앙정보부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면 제작진은 영화에서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적이 없으며, 극 중 가설과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지난 28일 공식 입장에서도 “당시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논란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까지 번졌다. 일부 배우들의 SNS와 광고 영상 등에 영화 출연을 문제 삼는 댓글이 이어졌고, 영화 추천사를 남긴 배우들의 SNS에도 관련 반응이 나타났다. 허 감독이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현재 힘들어하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허 감독은 자신과 작품을 향해 이념적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빨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영화가 북한 영화의 내용을 가져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허 감독은 사실관계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허 감독은 ‘암살자(들)’이 북한의 1990년대 선전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영화의 존재를 주장으로 처음 알았으며,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일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관련해 사과했다’는 주장 역시 허 감독은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것도 팩트 체크를 해서 가져가야 될 부분인데 그걸 근거로 얘기하니까 많이 속상했다”고 했다.

이처럼 허 감독은 현재 제기되는 논란이 박정희 전 대통령 배후설, 북한 영화 리메이크설, 김정일 사과설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주장들을 하나로 묶어 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 배우들 / 뉴스1

논란은 정치권의 법적 대응으로도 번졌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는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와 권기준·이지민 작가 등이 포함됐다.

이 전 시의원은 영화 제목이 ‘암살자’가 아닌 ‘암살자(들)’인 점 등을 근거로 문세광 외에 다른 암살 주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객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 배후에 있었거나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발인이 제기한 주장으로, 해당 내용이 법적으로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고발과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는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다양한 기록과 자료를 살펴본 뒤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이며,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했으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 이후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영화적 재구성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온라인으로 확산하면서 감독과 제작진의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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