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꼽은 '21세기 최고의 영화'인데…무려 7년 만에 재개봉한다

첫사랑의 기억과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사코'가 다시 극장에 걸린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TOP9'에도 포함된 영화다.

영화 '아사코'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16일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에 따르면 '아사코'는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재개봉을 앞두고 배급사는 영화의 주요 장면을 담은 포스터와 30초 분량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포스터는 첫사랑 바쿠와 현재의 연인 료헤이 사이에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는 아사코의 모습을 각각 다른 시선으로 담아냈다.

특히 '아사코Ⅱ' 포스터에는 바닷가에 선 아사코의 표정이 담겼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얼굴은 그가 지나온 혼란과 선택의 순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첫사랑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를 만난 아사코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아사코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쿠와 사랑에 빠지지만 바쿠는 별다른 설명 없이 그의 곁을 떠난다. 첫사랑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던 아사코는 2년 뒤 바쿠와 외모가 똑같은 료헤이를 만난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아사코는 닮은 얼굴 앞에서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다.

처음에는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료헤이와 거리를 둔다. 그러나 일상에서 조금씩 신뢰를 쌓으면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문제는 바쿠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사코는 현재 곁에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과 과거에 붙잡힌 마음을 구분하지 못한 채 갈등한다. 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건 놓지 못한 기억일까? 지금 함께 있는 사람과의 감정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사랑의 대상과 기억이 뒤섞이는 순간을 짚는다.

영화 '아사코'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아사코'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두 남자의 외모가 같다는 설정은 단순한 우연이나 극적인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아사코가 바쿠와 료헤이에게 느끼는 감정의 차이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일이 그 사람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기억까지 받아들이는 과정인지 묻는다. 첫사랑을 향한 강렬한 끌림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신뢰가 대비되면서 아사코의 선택은 더욱 복잡해진다. 바닷가에서 포착된 그의 담담한 표정 역시 내면의 변화가 어떤 결론에 닿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인물의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대화와 일상의 움직임을 통해 관계의 변화를 쌓아가는 연출로 알려져 있다. '아사코'에서도 극적인 사건을 연이어 배치하기보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와 미묘한 표정,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감정의 흐름을 드러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우연과 반복, 두 번째 기회'라는 주제가 놓여 있다. 가장 순수하면서도 무모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감정을 세밀하게 따라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연출은 해외 평단에서도 주목 받았다. 영국 영화 전문지 Sight & Sound는 하마구치 류스케에 대해 "기묘하고 신비로운 울림으로 사람을 홀리는 하마구치 류스케"라고 평가했다. The Guardian은 작품을 두고 "사랑이라는 착각과 마음에 관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BIBA는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끝내 잊지 못한 첫사랑의 그림자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섬세하게 짚어낸다"고 평했다. 프랑스 매체 Sud Ouest는 "사랑이라는 열병을 정밀하게 파고든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아사코' / 그린나래미디어

'아사코'는 2018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당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과 함께 주요 경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이름을 국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알린 계기로도 꼽힌다.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TOP9'에 포함되면서 국내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회자됐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해피 아워'(2015)와 '아사코'(2018)를 통해 독자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했다. 이후 '우연과 상상'(2021)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입지를 넓혔다. 같은 해 선보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까지 받으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2023년에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베를린과 칸, 베니스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거둔 데 이어 아카데미 수상까지 이뤄내면서 동시대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작품인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등으로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는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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