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오디세이 제치고… '예매율 1위'로 극장가 장악 중인 한국 영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심리 스릴러 영화 '실낙원'이 개봉 전부터 압도적인 기세를 보이며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 '실낙원' 공식 예고편 중 일부 장면 / 유튜브 'CJ ENM Movie'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실낙원'은 한국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른 데 이어 장기 흥행을 이어가던 '오디세이' 등 동시기 경쟁작들을 제치고 전체 영화 예매율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9년 전 발생한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서늘한 이야기를 담은 심리 스릴러다.

죽은 아들의 생환… 강렬한 스릴러 탄생

영화 '실낙원'의 서사는 9년이라는 세월의 무게와 현대 기술이 만들어낸 비극적 위안에서 출발한다.

영화 '실낙원' 메인 포스터 / CJ ENM

주인공 류소영(김현주 분)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 선우를 잃은 후 매일 밤 아이가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동선을 찾아 헤매며 비통한 삶을 살아온 엄마다. 소영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 아들의 모습을 구현하고 모니터 속 아이와 대화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소영에게 AI 아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낙원이자 삶을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그러나 어느 날 9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진짜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은 변화를 맞이한다. 기적 같은 생존 소식에 세상은 들썩이지만 돌아온 선우의 모습은 소영의 기억 속 순수했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몸 전체를 덮은 흉터와 서늘한 눈빛, 낯선 행동거지는 소영에게 말할 수 없는 불안감과 낯섦을 안겨준다.

영화 '실낙원' 공식 포스터 / CJ ENM

결국 집 안에서는 현실의 엄마 소영과 9년 만에 생환한 아들 선우, AI가 만들어낸 어린 시절의 선우가 함께 지내는 기묘하고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들이 돌아왔음에도 행복 대신 서서히 드러나는 실체와 비밀 앞에 소영은 거대한 충격과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개봉에 앞서 '실낙원'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독보적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제5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에 공식 초청돼 지난달 13일 토론토의 명소인 로열 알렉산드라 극장에서 특별 상영작으로 세계 최초 공개됐다. 상영 직후 현지 외신과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묵직한 스릴러적 긴장감과 심오한 메시지에 대해 호평이 쏟아졌다.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판권 계약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연 감독의 '부산행', '얼굴', '군체' 등 유수의 히트작을 북미에 선보였던 배급사 'Well Go USA'가 '실낙원'의 북미 배급권을 전격 구입했다. 이로써 '실낙원'은 국내 개봉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흥행 레이스를 펼칠 기반을 마련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국내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은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스릴러적 구조,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며 작품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증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 "개인적 작업에서 얻은 용기로 완성"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연 감독은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개봉을 앞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공식 포스터 / CJ ENM

연 감독은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얼굴'이 개인적인 작업에 가까웠음에도 관객분들께서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다. 그 응원에서 얻은 용기로 '실낙원'이라는 영화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장에서 좋은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즐겁게 촬영한 기억뿐인데 이제 관객들과 직접 호흡할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고 기쁘다"고 전했다.

해외 및 국내 영화제에서의 호평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연 감독은 "토론토 영화제 상영 당시 외신 기자분들을 만났을 때 영화의 깊은 내용까지 파고드는 질문을 해주셔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도 "부산국제영화제 GV에서 한국 관객분들과 만났을 때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역시 우리의 주 무대는 대한민국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한국에서 영화를 공식적으로 선보이게 돼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낙원'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배우들의 헌신적인 연기 몰입과 압도적인 모자 케미가 있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14회차, 약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몰아치듯 촬영이 진행됐다.

엄마 '류소영' 역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감정 소비가 극심한 캐릭터임에도 밀도 높은 집중력으로 현장을 이끌었다. 김현주는 "만약 촬영 기간이 길어지고 중간에 쉴 시간이 많았다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훨씬 피폐해졌을 것 같다"며 "짧은 기간 동안 확 몰입해서 집중력 있게 촬영했기에 정신적 고통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배현성 공식 포스터 / CJ ENM

캐릭터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류소영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선이 있었다. 어떤 계산된 의도를 넣기보다는 시나리오 속에서 느낀 그대로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류소영의 심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9년 만에 돌아온 미스터리한 아들 '류선우' 역의 배현성은 대사보다는 눈빛과 분위기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배현성은 "선우는 대사량이 많지 않은 인물이다. 그렇기에 대사보다는 쎄한 눈빛, 내가 등장할 때마다 엄마가 느끼게 되는 차가운 공기와 묘한 기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행동과 걸음걸이도 일부러 천천히 가져가며 압박감을 주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외형적 변화를 위한 노력도 덧붙였다. 배현성은 "9년 동안 밖에서 거친 세월을 보냈을 선우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 분장팀과 상의를 많이 했다. 거친 헤어스타일과 야외 활동으로 생긴 얼굴의 주근깨 분장 등을 통해 낯선 선우의 비주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모자 관계에 대해 연 감독은 고사조차 지내지 않고 즉시 촬영에 돌입했다. 김현주는 "현실적으로 배현성 씨와 친해질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지만 오히려 가까운 모자 관계가 아니라 낯선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그 거리가 도움이 됐다. 9년 동안 아이를 잃고 이미 죽은 사람처럼 살아온 소영에게 돌아온 아들은 낯선 남자의 등장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며 두 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짚었다.

존 밀턴의 '실낙원'과 AI 시대

연 감독은 영화 '실낙원'을 통해 현대 사회와 인간 본질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배현성 공식 스틸컷 / CJ ENM

영화의 제목은 존 밀턴의 고전 대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직접 따왔다. 연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밀턴의 '실낙원' 테마에 맞추고자 했다"며 "뱀의 몸을 빌린 사탄의 시험에 빠지는 이브, 사색을 통해 낙원에서 쫓겨난 인간, 그럼에도 인간의 정체성을 가진 채 영원히 낙원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테마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시대 속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시선을 제시했다. 연 감독은 "인공지능에게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바로 '사색'이다.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사색이 있는 세계에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간은 사색을 하기 때문에 괴로움과 기쁨을 모두 느끼며 그것이 곧 인간의 본질이다. 우주에 풀리지 않는 블랙홀이 있듯 인간에게도 풀리지 않는 사색의 공간이자 심연이 존재한다. 그 심연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밝혔다.

영화 '실낙원' 출연 배우 김현주 공식 스틸컷 / CJ ENM

실제 자녀를 둔 부모로서의 개인적 경험도 인물 연출에 투영됐다. 연 감독은 "집에 초등학생 딸과 5세 아들이 있다. 나 역시 자식이자 부모의 입장에서 류소영이라는 인물이 맞닥뜨린 딜레마와 선택에 깊이 몰입했다"며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는 부모로서의 첫 다짐, 그 마음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는 류소영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실낙원'은 오는 21일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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