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의 밥 팁에 한국 친구가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살에 식빵 올리는 모습 / BLOSSOM 유튜브

그날은 친구와 함께 밥을 짓다가 물 조절이 조금 잘못된 날이었다. 밥솥 뚜껑을 열었을 때 밥은 생각보다 너무 질어져 있었고, 친구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럴 때는 식빵 한 조각을 올려두면 돼”라고 말했다. 친구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나를 쳐다봤고, 나는 그게 너무 당연한 생활 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반응이 더 신기했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 유럽에서는 쌀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처럼 매 끼니 밥이 식사의 중심이 되는 문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럽 사람들이 쌀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 집만 해도 쌀은 꽤 자주 식탁에 올랐다. 어떤 날에는 부드럽고 촉촉한 리소토(이탈리아식 쌀 요리)를 만들어 먹었고 , 어떤 날에는 약간 더 찰기 있는 밥을 곁들여 식사를 하기도 했다. 방식은 달라도 쌀은 충분히 익숙한 식재료였던 셈이다.

접시에 포르시니와 샹피뇽 버섯이 들어있는 리소토 / 셔터스톡

내가 그 팁을 알게 된 것도 할머니 덕분이었다. 할머니는 가끔 밥이나 쌀 요리를 하다가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 식감이 지나치게 퍼지거나 질어지면, 그 위에 식빵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올려놓곤 했다. 그러면 빵이 남은 수분을 흡수해 밥의 질척한 느낌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 어릴 때 나는 그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다. 실패한 음식을 버리기보다는, 집에 있는 재료로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 우리 집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주방의 지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방법이 꽤 널리 알려진 생활 팁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 친구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식빵으로 밥의 수분을 잡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다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우리 둘 다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밥 살리는 팁을 알려주는 상황 자체가 너무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마치 아주 작은 순간에 서로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살짝 뒤집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질척해진 밥을 살리기 위해 식빵을 사용하는 모습 / The Review Crew 유튜브

그때 새삼 느꼈다. 쌀은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고, 한국인들에게 밥은 단순한 탄수화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쌀을 전혀 모르거나, 관련된 생활 노하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각 나라와 각 가정마다 쌀을 익히고, 실패를 만회하고, 식감을 조절하는 고유한 방법들이 있다. 어떤 문화에서는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고, 어떤 문화에서는 고슬고슬하고 쌀알이 살아 있는 밥을 선호한다. 차이는 있지만, 쌀을 다루는 경험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게 퍼져 있다.

흰색 배경에 분리된 삼베 자루에 담긴 장립종 쌀(안남미), 사발과 스쿱, 그리고 벼 이삭 / 셔터스톡

무엇보다 그날의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문화 교류가 꼭 거창한 주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문화 차이라고 하면 언어, 예절, 사회 분위기처럼 큰 것들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엌에서, 식탁에서, 밥솥 앞에서 더 재미있는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보다, 각자 집에서 무엇을 보고 배워왔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한국 친구는 내게 한국식 밥의 기준과 한국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감을 이야기해줬고, 나는 할머니에게 배운 아주 소박한 팁을 나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날의 식빵 한 조각은 단순히 질어진 밥을 구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부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작은 매개체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있는 문화 차이는 이런 데서 생기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밥 짓는 팁을 알려줬다는 사실은 조금 우습고도 신기하지만, 동시에 음식이라는 것이 국적보다 생활의 경험에 더 가까운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고, 그 작은 차이를 공유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문화 교류가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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