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한국에 와서 더 크게 느낀 커피 문화 차이… 루마니아와는 너무 달랐다
전문 바리스타가 커피숍에서 걸러진 드립 커피를 만듭니다 / 셔터스톡

한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카페를 소비하는 속도였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느린 휴식이라기보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의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예쁜 카페에 들러 귀여운 디저트와 음료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고, 분위기를 즐기다가 또 다른 카페로 이동한다. 어떤 날은 카페 한 곳이 목적지라기보다, 하루 동안 여러 장소를 오가는 동선 중 하나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점이 루마니아와는 꽤 달랐다. 내가 익숙했던 루마니아의 카페 문화는 훨씬 더 느리고 오래 머무는 방식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굳이 서두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음료를 빨리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내는 데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테라스’가 카페 문화의 핵심이다

내가 가장 크게 차이를 느낀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루마니아에서는 날씨만 괜찮으면 많은 사람들이 실내보다 테라스에 앉는 걸 더 좋아한다. 햇빛을 받으며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바깥 공기를 느끼며 오래 머무는 분위기 자체가 카페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흡연자들에게도 테라스는 중요한데,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점이 의외로 가장 낯설었다. 예쁜 카페는 정말 많지만, 내가 익숙했던 식의 테라스 중심 카페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흡연 규정도 훨씬 엄격해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로부터 꽤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차이를 더 크게 느낀 건 루마니아 친구들이 한국에 왔을 때였다. 친구들은 햇빛 아래 바깥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지만, 그런 공간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이동해야 했고, 그때서야 나도 “아, 이 작은 루틴이 생각보다 큰 문화 차이였구나” 하고 실감하게 됐다.

야외에 있는 카페에 앉아 웃고 있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 카페 밖의 낭만적인 정원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는 백인 여성의 초상화 / 셔터스톡

루마니아는 뜨거운 커피, 한국은 아이스 음료

커피 자체를 마시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루마니아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커피는 천천히 앉아 마시는 음료이고, 특히 아침이나 테라스에서는 따뜻한 커피가 훨씬 자연스럽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이스 음료가 정말 일상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날씨와 상관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음료처럼 느껴졌다. 선선한 날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모습은 처음에는 꽤 신기했다.

대신 한국 카페에는 루마니아에서 보기 힘든 매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카페 문화가 덜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좋아하게 된 부분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서비스가 빠르고, 메뉴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다. 귀엽고 색감이 살아 있는 음료, 보기만 해도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디저트, 유럽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맛 조합까지 한국 카페는 하나하나가 작은 콘셉트 공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루마니아의 카페가 “머무는 공간”이라면, 한국의 카페는 “경험하는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자체보다, 어떤 분위기를 경험하고 어떤 메뉴를 시도하느냐가 더 중요한 순간도 많다. 그래서 한국의 카페들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을 넘어, 방문 자체가 하나의 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전통 페이스트리와 디저트가 서울의 유명한 양파 카페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 셔터스톡

카페가 보여주는 두 나라의 다른 리듬

생각해보면 한국과 루마니아는 카페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리듬 자체가 조금 다르다. 루마니아에서는 카페가 사람을 잠시 멈추게 하는 공간이라면, 한국에서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짧게 기분을 환기시키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만드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한쪽은 커피를 통해 시간을 늘이고, 다른 한쪽은 커피를 통해 하루의 흐름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 그리고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가끔은 루마니아식 카페 문화가 그립다. 테라스에 앉아 천천히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다음 일정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그 느긋한 분위기가 생각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며 또 다른 즐거움도 배우게 됐다. 빠른 서비스, 다양한 메뉴, 귀엽고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매번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는 분명 한국 카페 문화만의 매력이다.

결국 커피는 단순한 음료 같지만,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하루를 어떤 리듬으로 보내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문화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에서 커피는 오래 머무는 시간에 가깝고, 한국에서 커피는 빠르게 움직이는 하루 속 작은 경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두 나라의 카페 문화를 모두 조금씩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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