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한국어 쉽다더니 왜 이러죠? 웨이터에게 “자기야” 해버린 날
끈적끈적한 노트 위의 한국어는 한국어를 뜻하는데 한국동사가 가득한 수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 셔터스톡

한국어는 쉽고 논리적인 언어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한글은 분명 체계적이고, 처음 배울 때는 다른 언어보다 훨씬 질서 있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나 역시 한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는 “생각보다 할 만한데?”라는 자신감이 빨리 생겼다.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되고, 메뉴판의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짧은 표현을 따라 말할 수 있게 되자 마치 한국어가 금방 내 것이 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보니, 한국어를 안다는 것과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저기요” 를 하려다 “자기야”가 된 카페의 순간

어느 날 카페에 갔을 때였다. 주문을 더 하고 싶어서 남자 직원을 부르려고 했다. 나는 그때 나름대로 꽤 자신감이 있었다. ‘이 정도 상황은 이제 할 수 있어’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 온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최소한 카페에서 직원을 부르는 정도의 한국어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당연히 “저기요”였다. 한국에 살다 보면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따라 하게 되는 말 중 하나니까.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 아주 유용한 표현이고, 나 역시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입에 익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자신감이 문제였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는 그 남자 직원에게 “자기야!”라고 외쳐버렸다.

정말 그 순간 공기가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멈춘 건 그 직원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는 순간적으로 완전히 굳어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다. 분명 사람을 부른 건 맞는데, 왜 표정이 이상하지? 왜 바로 오지 않고 저렇게 당황한 표정을 짓지? 그런 생각을 하는 아주 짧은 순간 동안 내 주변 사람들까지 어딘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원이 먼저 웃기 시작했다. 당황한 웃음이었지만 분명 웃음이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슬쩍 우리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친구는 이미 얼굴이 빨개진 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저기요”가 아니라 “자기야”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원을 부르려다가 갑자기 애인에게 하듯 “자기야”라고 해버린 것이다.

그 순간의 민망함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땅이 열리면 그대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장면은 나를 가장 많이 웃게 만드는 한국어 실수 중 하나가 됐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저기요”와 “자기야” 같은 비슷한 리듬의 단어를 머릿속에서 뒤섞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그날 나는 메뉴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남기고 카페를 나왔다.

금발의 사업가 점심에 식당에 앉아 웨이터를 부르다 / 셔터스톡

숫자를 말하려다 버섯이 되어버렸다

또 한 번의 큰 실수는 수업 시간이었다. 나는 아주 평범하게 숫자 “다섯”을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발음이 미묘하게 꼬이면서 “버섯”처럼 들리게 말해버렸다. 교실은 바로 웃음바다가 됐고, 나는 왜 다들 웃는지도 몰라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국어에서 아주 작은 발음 차이가 얼마나 큰 의미 차이를 만드는지 더 깊이 느끼게 됐다. 외국인에게는 비슷하게 들리는 단어들도 한국어에서는 완전히 다른 뜻이 될 수 있었다. 숫자를 말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버섯이 되어버린 순간은 창피했지만,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발음 수업이기도 했다.

"멋있어" 대신 "맛있어"라고 해버린 쇼핑몰의 기억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실수는 쇼핑하다가 생긴 일이다. 친구가 드레스를 입어보고 나왔고, 나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너무 분명했다. "와, 완전 멋있어." 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와, 완전 맛있어”였다.

친구도, 옆에 있던 직원들도 모두 웃기 시작했고, 나는 한동안 왜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가 설명해주고 나서야 내가 사람에게 “정말 맛있다”고 말해버렸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민망했지만, 그 후로는 멋있어와 맛있어를 절대 헷갈리지 않게 됐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방식으로 배운 셈이다.

학습지에 한국어 글자를 연습하는 손 / 셔터스톡

한국어는 쉬운지보다, 일단 재미있다

이런 실수들을 겪고 나니 나는 더 이상 한국어가 쉬운지 어려운지를 단순하게 말할 수 없게 됐다. 한글은 분명 논리적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 언어를 꺼내 쓰는 일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작은 발음 하나로 문장이 완전히 다른 뜻이 되기도 하고, 자신 있게 한 말이 갑자기 웃긴 고백이나 이상한 칭찬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마 그래서 더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어를 배우며 나는 단어와 문법만 외운 것이 아니라, 틀릴 수 있다는 것과 그 실수를 웃으며 넘기는 법도 함께 배웠다. 완벽하게 말했던 순간보다, 웨이터를 “자기야”라고 불렀던 순간이나 친구에게 “맛있어”라고 말했던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언어는 결국 실수까지 포함해 몸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어가 정말 가장 쉬운 언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한국어는 나를 자주 민망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자주 웃게도 만드는 언어라는 것. 그리고 아마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오늘도 계속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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