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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어 속 영어 표현, 이른바 콩글리시가 꽤 낯설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신기했던 건 역시 “핸드폰” 같은 단어였다. 영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분명 phone이라고 하지 handphone이라고는 잘 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었다. “셀카”도 그랬다. 처음에는 그런 표현들을 들을 때마다 웃기기도 했고, “영어 같으면서도 영어가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그런 표현들이 더 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콩글리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더 재미있는 건, 이게 일부러 그렇게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 문장은 너무 자연스럽게 영어 두 단어, 한국어 세 단어가 섞인 형태가 되어 있었다. 말하다 보면 스스로도 웃길 때가 있다. 분명 영어로 시작했는데, 중간에는 한국어가 들어오고, 끝은 또 영어로 마무리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Today 날씨 진짜 so nice.” 혹은 “I am so 배고파.”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문장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 특히 감탄하거나 즉각 반응할 때는 한국어가 훨씬 빨리 튀어나온다. 생각할 시간 없이 나오는 표현일수록 더 그렇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자주 쓰는 단어는 단연 ‘진짜’ 다. 놀랐을 때도 “진짜?”, 감탄할 때도 “진짜 좋다”, 짜증날 때도 “진짜 왜 이래”, 피곤할 때도 “진짜 힘들어” 같은 식으로 거의 모든 감정에 붙는다. 어느새 내 입에서 '진짜'는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감탄사이자 반응어이자 감정 표현의 기본 도구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다. 주변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쓰는 친구들을 보면,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말한다. 누군가는 영어 문장 한가운데 “약간”, “진짜”, “대박” 같은 표현을 넣고, 또 누군가는 한국어 문장 사이에 suddenly, literally, whatever 같은 영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섞는다. 처음에는 이런 말투가 단순히 외국인들끼리의 습관인가 싶었는데, 점점 느끼는 건 이게 일종의 이중언어 사용자들만의 고유한 언어 리듬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두 언어를 모두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 언어만 고집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흥미로운 건, 감정이 강해질수록 어떤 언어가 먼저 튀어나오는지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나는 예전에는 당연히 영어가 내 본능적인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바뀐 부분이 있다. 짜증이 나거나 어이없을 때, 내가 영어보다 한국어로 더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제는 심하게 놀라거나 답답할 때 영어 욕보다 한국어 반응이 먼저 입에 붙는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변화다. 언어는 단순히 문법과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감정이 가장 빨리 닿는 쪽으로 몸에 배어든다는 걸 느끼게 된다.
사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런 변화가 생길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콩글리시를 들으며 “이 표현 너무 귀엽다”, “왜 이렇게 말하지?” 하고 구경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바로 그 문화 안에 들어와 있다. 더 정확히는, 한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계속 쓰며 살다 보니 두 언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따로 분리되지 않게 된 것이다. 어떤 감정은 한국어가 더 정확하고, 어떤 설명은 영어가 더 편하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섞어 말하는 게 오히려 가장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말투가 언제나 공식적인 자리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글을 쓸 때나 인터뷰를 할 때, 혹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언어를 분리해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친구들과 대화할 때만큼은 이미 그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나도 모르게 “오늘 컨디션 너무 별로야”, “이거 진짜 makes no sense”, “배고파서 cannot think”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이상하게도 이런 문장들이 우리끼리는 너무 잘 통한다. 오히려 딱 한 언어로만 말하면 감정이 덜 살아나는 느낌마저 있다.
돌이켜보면 콩글리시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건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데?” 싶었지만, 사실 언어는 늘 그렇게 살아 움직인다. 사람들이 자주 쓰고, 편하게 느끼고, 서로 잘 통하면 그 표현은 결국 하나의 생활 언어가 된다. 한국의 콩글리시도 그런 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고, 지금 내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 습관 역시 어쩌면 비슷한 과정일지 모른다. 언어는 책에서 배운 규칙대로만 굴러가지 않고, 결국 사람이 가장 편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콩글리시를 이상하게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이해하게 됐고, 나아가 나만의 방식으로 두 언어를 섞어 쓰며 살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변화지만, 어쩌면 그만큼 내가 한국어와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웃기고 낯설었던 말들이 이제는 내 입에 가장 먼저 붙고, 내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대신해주는 말이 됐다.
결국 한국에 살면서 내가 배운 건 단순히 새로운 단어만이 아니었다. 언어는 익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오늘 날씨 진짜 so nice” 같은 아주 이상하고도 자연스러운 한마디 속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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