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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반응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진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대부분 한국어를 쓰고, 카페에서 주문할 때도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먼저 나온다. 심지어 한국 친구들도 점점 나를 외국인이라기보다 그냥 친구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도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살게 된다.
그런데 꼭 예상치 못한 순간: “아… 나 외국인이었지.” 라는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친구들과 놀다가 갑자기 딸기게임을 하게 됐을 때였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술게임이지만, 나는 처음 해보는 게임이었다. 친구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며 게임을 진행했는데, 나는 룰 자체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결국 계속 타이밍을 놓치고 멈칫거리자 친구들이 웃으면서: “아 외국인이네.” 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웃음이 터졌다.
평소에는 한국어로 대화하고, 같이 밥 먹고, 농담도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친구들도 잠시 내가 외국인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딸기게임 하나에서 갑자기 문화 차이가 드러난 순간이 너무 웃기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흥미로운 건 한국어를 꽤 오래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신기한 빈칸들이 있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어를 드라마와 일상 대화로 자연스럽게 익힌 경우에 가까웠다. 그래서 대화는 익숙한데, 오히려 기초적인 부분에서 막힐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한글을 읽고 쓰는 건 가능하지만, 의외로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순서를 바로바로 말하는 건 아직 헷갈릴 때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아는 부분이라 처음에는: “왜 이걸 모르지?”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운 게 아니라 드라마와 친구들, 일상 속 대화로 언어를 익혔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방식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더 웃긴 순간들도 생긴다.
예를 들어 가게에 들어가면 내 머리는 이미 자동으로 “한국어 모드”가 켜진 상태다. 그래서 직원이 갑자기 영어로 말을 걸면 오히려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 할 때가 있다.
실제로 직원이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네?” 라고 여러 번 되묻고 결국 한국어로 대답한 적도 많았다. 나중에는 스스로도 너무 웃겼다.
직원은 외국인이니까 영어가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해서 영어로 말한 건데, 정작 나는 이미 머릿속이 완전히 한국어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대부분 웃긴 분위기로 끝난다.
직원은 예상보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실력에 놀라고, 나는 갑자기 영어를 들은 상황 자체에 놀란다.
심지어 순간적으로: "여기 한국인데 왜 영어를 쓰지?” 라고 생각했다가, 곧바로: “아 맞다… 내가 외국인이었지.” 하고 깨닫는 순간도 있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한국어가 너무 익숙해져서 오히려 영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아무리 한국어가 익숙해지고 한국 생활에 적응해도, 가끔은 예상치 못한 순간 문화 차이가 튀어나온다는 점이었다.
술게임 하나, 어릴 때 모두가 알던 놀이, 익숙한 농담, 혹은 너무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 같은 것들에서: “아 나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구나.” 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완전히 한국인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국인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그 애매한 순간들.
어쩌면 한국에서 오래 사는 외국인들은 모두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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